국내 주요 수출 제조기업들이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높아지게 됐지만 기업 10곳 중 1곳은 대책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 중 제조업 수출기업 105개 사의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환율 전망·기업 영향’을 조사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들은 올해 연평균 환율 수준을 1303원으로 예상했다.
조사 기준 시점(9월 13일)까지 올해 평균 환율이 126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1303원이 되려면 남은 기간 환율 평균치가 1400원에 달해야 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연평균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긴 것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1395원)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연평균 환율 전망치인 1303원은 올해 초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전망한 1214원에 비해 89원이나 높다. 연초 기업들은 연평균 환율을 1200원 대(46.6%), 1100원 대(41.0%)로 전망했으나 현 시점에서는 1300원 대(57.0%), 1200원 대(34.3%)를 가장 많이 예상했다.
기업들은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환율을 평균 1236원으로 응답했다. 높아진 환율 변동성으로 기업들의 경영 애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환율 전망에서 기업들은 연초 사업계획 수립 때에 비해 영업이익이 평균 0.6%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환율 전망치가 오르면서 매출액은 평균 0.3%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단가, 물류비 등 생산비용 증가 영향이 가격경쟁력 개선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상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비용감축 등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응답 기업들은 환율 급등에 대응해 △인건비 등 원가 절감(31.1%) △수출입단가(또는 물량) 조정(24.8%) △상품 투자 등 환헤지 전략 확대(14.0%) 등을 언급했다.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응답도 11.4%나 됐다.
기업들이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과제로는 ‘외환시장 안정 조치’(43.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지원(15.9%), 공급망 안정화(15.6%), 주요국과의 통화스왑 체결(11.1%)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금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으므로 통화스와프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