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내 4개 주에서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가 계속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 수장들이 잇따라 TV에 출연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 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 선(핵무기 사용)을 넘는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비공개 채널을 통해 (재앙적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자세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CBS방송에도 출연한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공식·비공식적으로 핵무기 사용에 대해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매우 분명히 이야기해왔다”면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결과가 끔찍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로부터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CBS에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종료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라면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적 협상을 계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 종료 후 이들 영토의 병합이 완료되면 외교적으로 전쟁을 끝낼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해 “이전에는 어쩌면 허풍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자포리자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주민의 93%가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에 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 크림정치사회연구소가 투표 첫날인 23일에 자포리자 주민 500명을 상대로 시행한 출구조사 결과 93%가 편입을 지지했다. 외신들은 투표가 종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투표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