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김주현 위원장의 말 바꾸기 리스크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만기 연장 조치를 네 차례나 연장했는데 또 연장하게 되면 더 큰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5조 원+α’ 규모의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밝힌 답변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9월 코로나 금융 지원 조치의 종료에 대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새출발기금·대환대출 등 종합 정책 패키지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에도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차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금융 지원 조치의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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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 당국이 한결같이 예고했던 이 같은 입장은 두 달여 만에 다시 뒤집어질 것 같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정부에 대출 만기 연장 및 금리 조정 등을 촉구하면서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빠른 속도로 긴축에 들어가고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압박에 금융 당국마저 다섯 번째 추가 연장 카드를 검토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9월에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것으로 알고 폐업을 선택한 차주도 있고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중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있을지 은행에 문의한 차주도 있었다. 차주들에게 다섯 번째 금융 지원 조치의 연장은 또 다른 변수로 갑자기 등장한 셈이다. 특히 부실 차주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보증담보 대출까지 포함해 채무 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의 접수가 당장 코앞이지만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의 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차주로서는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는 게 나을지, 만기 연장을 하는 게 나을지 알 수 없다.

이 같은 혼란은 금융 당국이 일관성, 예측 가능성을 잃고 정책을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 일관성 없는 금융정책은 되레 대출 부실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지금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관되고 안정적인 금융정책의 방향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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