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개도국 위기에 투자금 날릴라…1조 달러 쏟은 일대일로 '손질'

中, 구조개혁안 추진

디폴트 선언 늘자 대출심사 강화

서방채권단과 채무 탕감 등 논의

8월 홍콩에서 열린 일대일로 회의장의 모습. AFP연합뉴스8월 홍콩에서 열린 일대일로 회의장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이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도구였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일대일로 2.0’이라고 부르는 이 구조 개혁안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서방 채권단과의 협력을 통해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일대일로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전 세계, 특히 개도국에서 미국에 맞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2013년 출범했다. 개도국의 댐·고속도로·철도 등을 건설하는 데 중국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거나 투자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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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출범 10년도 안 돼 약 150개국에 1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대출 혹은 투자하며 무섭게 확장해왔다. 중국의 국제 개발 금융 규모는 2000~2012년 연평균 약 300억 달러로 미국과 비슷했지만 일대일로가 발족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평균 1000억 달러에 육박해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올 들어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까지 겹쳐 신흥국이 휘청이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중국의 해외 대출액 중 금융 압박에 직면한 나라에 대한 비중은 2010년 5%에서 최근 60%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스리랑카 등 일대일로 국가들이 하나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고 원금 회수가 요원해지자 신규 대출 심사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은 디폴트를 선언한 개도국과 채무 재조정 협상을 할 때도 다른 서방 채권자들과 연대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빚 탕감은 해주지 않은 채 만기를 연장해 원금을 모두 갚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방 채권단과 함께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채무 재조정 협상에 임하고 있다. 2020년 잠비아가 30억 달러의 외채를 갚지 못했을 때 채무 재조정을 거부한 중국이 최근에는 프랑스 등과 함께 170억 달러 규모의 잠비아 채무 재조정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일대일로의 대출 심사가 엄격해지면 그만큼 신흥국에서의 대출 수요도 줄어들 것이므로 중국이 일대일로를 확장하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WSJ는 일대일로가 민간이나 아프리카개발은행 등 공적 기관과 손잡고 대출을 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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