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연금개혁의 3대 딜레마와 해법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초연금 적게주면 노인빈곤 문제

많이 주면 국민연금과 괴리 커져

노동개혁없인 연금개혁 성공 못해

임금제도부터 직무·성과 중심 개편을





적게 내고 많이 타는 연금을 많이 내고 늦게 타도록 개혁하자는 데 토 달기 어렵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3월 대선에서 4당 후보가 동의했다. 연금 개혁의 방향에 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5월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데 이어 여야가 합의했다. 국회는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금 재정의 안정과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4대 공적 연금과 기초연금의 개혁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한국의 연금 제도에 대한 권고를 공개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당시의 정부가 2019년에 의뢰한 것이다. 권고의 구체적인 내용도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연금 개혁에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추진하는 데 딜레마가 따른다. 정치·경제·사회적 딜레마가 맞물려 개혁이 좌초될 조짐이 벌써 보인다. 민주당은 연금 개혁과 별개로 기초연금 확대를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과제 1호로 선정했다.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고 모든 고령층에 지급하자는 것으로 개혁과 거리가 멀다. 고령층 빈곤이 심각하기에 선거에서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정부가 부담하기에 재정은 더 불안해지고, 기초연금의 액수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평균 급여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가입자 이탈로 국민연금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


연금 개혁은 해야 하지만 불만이 따르고 성공해도 박수는 나중에 받는다. 그만큼 연금 개혁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 이런 정치적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개혁에 따르는 부담을 여야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 스웨덴 등 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이 그랬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고 구체적 방안은 전문가들이 만들도록 했다.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도 이런 취지인 듯한데 만일 어느 한쪽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면 다른 쪽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를 내세우며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60%를 넘고, 연금 개혁이 국민연금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유권자는 반대보다 찬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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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내고 늦게 타는 대신 오래 타고 수익이 높은 연금이라면 환영받는다. 늦게 타는 대신 소득을 벌어 보충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경제적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노동 개혁이 연금 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 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도 그랬다. 하지만 연금 개혁에 대한 지금의 논의는 폭이 좁다. 연금을 타는 고령층은 대부분 일시적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한다. 임금·고용 결정의 법 제도와 관행이 경직적이라 조기에 회사를 떠나고 디지털 기술이 요구하는 숙련을 습득할 교육 훈련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연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일 뿐 아니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제도와 쉬운 채용 중심의 고용 제도로 개편해야 연금 개혁이 성공하기 쉽다.

연금이 공동체 유지에 필요해도 부담이 너무 크면 개혁에 반대한다. 연금에 따라 받는 급여 차이가 크면 더욱 그렇다. 이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키 높이 조절과 갈등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청년층의 비정규직화를 해소하고, 특수 직역 연금(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받는 특혜는 줄이며, 기초연금은 취약 고령층에 집중해 연금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특수 직역 연금은 이들의 급여가 과거에는 낮아 보상 차원에서 설계됐기 때문에 특혜 축소는 반발을 수반하기 쉽다. 이런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노후 보장이 약화되지 않게 민간 연금의 활용 등 후생 복지 대책을 강화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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