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국경 없는 인플레 공습에…'PB' 뜬다

유통사 중간마진 줄여 고물가 대응

이마트, 일반 상품比 4.6배 팔려

"연말까지 2200종 가격동결 선언"

롯데마트·홈플러스도 매출 증가

日이온은 'PB 1200종' 출시 발표

美크로거 PL우유에 7000만弗 투자





유통업체들이 고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겨냥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PL(Private Label) 또는 PB(private brand)로 불리는 이들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자기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게 특징이다. 올해 들어 공포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PB 매출 증가와 업계의 관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자사의 대표 PL인 노브랜드와 피코크의 가격을 올해 연말까지 동결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마트는 9월 현재 노브랜드 1500여 종, 피코크 700여 종의 PL을 팔고 있다. 2000개 넘는 상품의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고물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올 1~8월 노브랜드와 피코크의 점포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제조사 상품의 매출 신장률(1.4%)의 4.6배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PL 상품 중에 필수 먹거리와 일상용품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고객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성비템’으로 불리는 대형마켓 자체 브랜드 상품의 인기는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도 PB인 ‘온리프라이스’ 상품 1100여 종을 취급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PB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뛰었다. 홈플러스 역시 PB 상품이 2019년 956종에서 현재 2498종까지 늘었고, 전체 매출 중 PB 매출 비중도 4%에서 9%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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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상품 강화가 한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유통업체 이온(AEON)은 9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자사 PB인 ‘TOPVALU’를 통해 1200개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절반은 기존 제품의 리뉴얼이고, 나머지는 신제품이다. 리뉴얼 제품 중 일부는 50~100엔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만 대부분은 동결한다. 이 회사는 소비자 평가를 진행해 지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상품만 PB로 판매하는데, 최근 고물가로 PB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선정 기준을 기존 70%에서 80%로 올려 잡았다. 이온은 지난해 9월에도 TOPVALU의 3000개 품목에 대한 가격 동결을 발표, 올 3월까지 이를 유지한 바 있다.



고물가에 시름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9%대를 넘나들며 심각한 인플레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마트의 PB 제품은 꾸준히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 PL상품 제조협회(PLMA)에 따르면 2019년 1423억 달러였던 PL 시장 규모는 2021년 1990억 달러로 커졌다. 올해 들어서는 1~5월 매달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5% 이상 신장했다.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대형 유통 채널들도 PL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식료품 전문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The Kroger)는 1만 개 이상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균 우유 PL 생산을 위해 오하이오주 뉴와크의 한 유제품 업체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장하기로 했다.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 홀푸드(Whole Foods) 등도 매장 취급 상품의 상당수를 PL로 채우고 있다.

과거 ‘싼 맛’으로 접근했던 자체 브랜드 상품은 최근 ‘저렴하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가정간편식(HMR) 전문 PB인 ‘요리하다’ 전 상품을 대상으로 패널 평가를 진행해 레시피를 개선하고 대체 신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피코크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프로틴 아이스크림’과 ‘비건 김치’를 내놓았고, 홈플러스는 가격을 우선으로 내세웠던 기존 PB인 ‘심플러스’를 프리미엄 PB인 ‘홈플러스시그니처’로 대체·정리해나가고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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