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포르쉐 AG)가 29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입성한 뒤 거래 첫날 시가총액이 750억 유로(105조원)에 육박했다. 독일 물가 급등에 따른 약세장 속에서도 앞서 최상단 수준으로 책정된 공모가보다 높게 마감하며 최근 침체된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성공적 데뷔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 첫날 포르쉐는 개장 직후 84유로로 시작해 오전 중 86유로로 고점을 찍었다가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CPI)가 70년래 최대폭인 10% 치솟았다는 소식에 반락했다. 이후 공모가 82.5유로(11만 5300원) 보다 0.34% 상승한 82.82유로(11만 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물가 쇼크에 전 거래일보다 1.71% 하락한 12,000선을 하회하는 11,976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포르쉐는 앞서 상장된 메르세데스벤츠(600억 유로), BMW(500억 유로), 스텔란티스(400억 유로), 페라리(350억유로) 등을 모두 넘어섰다.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850억 유로·119조원)을 제외하면 테슬라, 토요타, BYD를 이어 전세계에서 4번째로 시총 규모가 큰 자동차 제조사가 되었다.
이번 IPO로 조달된 자금 195억 유로 가운데 절반 이상은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자동차(EV) 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쓰인다. 로이터통신은 "폭스바겐의 EV 추진 계획 예산(520억 유로)의 5분의 1 수준인 약 96억 유로가 조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한편 폭스바겐은 이번 IPO로 발행하는 우선주 신주(1억 1387만 주)와 기존 보통주를 합해 전체 주식 수를 총 9억 1100만주로 늘렸다. 이 같은 주식 수는 포르쉐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모델인 911을 상징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폭스바겐의 경영진은 IPO에 앞서 포르쉐가 약 20%의 영업 마진을 내며 건전한 사업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 높은 브랜드 인지도, 경기 침체에 상관없이 소비 의사가 있는 부유한 고객층, EV 사업 추진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설득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