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강달러 영향으로 크게 훼손된 이익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재고 자산 급증과 중국 시장의 성장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짓눌린 주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2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전일 대비 3.41% 하락한 95.33달러로 정규장을 마쳤다. 장 마감 후 열린 애프터마켓에서는 9.36%가 추가 급락하며 86.41달러까지 추락했다. 나이키는 올 들어 중국 시장 부진과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연일 주가가 급락해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우는 중이다. 연초 고점인 166달러와 비교하면 주가가 반 토막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나이키의 시간 외 급락은 장 마감 후 진행된 실적 발표에 영향을 받았다. 나이키는 이날 2023 회계연도 기준 1분기(6~8월)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126억 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시장 추정치인 123억 달러를 3.0% 웃돈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7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3.8%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20.2% 급감한 수치다.
재고 자산이 급증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이키의 재고 자산은 97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2%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베트남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데다 운송도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며 재고가 쌓였다. 특히 운송 차질에 따른 재고 증가율이 85%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운송 차질은 운임 증가 등에도 영향을 미쳐 매출총이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국 시장의 계속되는 부진도 문제다. 중국 내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이 부는 가운데 나이키에 대한 불매 운동(보이콧)이 시작되며 매출이 꺾이는 등 중국 지역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나이키의 지난 분기 중국 매출은 16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다. 북미 등 다른 지역에서는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재고 소진을 위한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이키의 총 마진은 44.3%로 시장 추정치보다 1%포인트 낮았고 전년도와 비교해도 낮았다.
특히 세계 통화에 대한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지며 영업 이익 악화를 이끌었다. 나이키는 해외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기에 달러 강세에 악영향을 받는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환 효과를 제외할 경우 나이키의 유럽 지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라틴아메리카에서도 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는데 환 효과를 뺄 경우 16%나 성장했다.
다만 나이키는 연간 매출액 가이던스는 두 자릿수 초반 성장률로 유지했다. 매슈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더 적극적으로 재고 정리에 나설 계획”이라며 “공급망 이슈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역풍에도 강력한 소비자 수요를 바탕으로 2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