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나날이 고점을 경신하는 원달러 환율까지 잇따른 악재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다만 매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외국인들은 K-방산주를 1519억 원 사들이며 저점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화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며 중장기적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7거래일(9월 22일~30일)간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 나타났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1162억 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방산주로 묶이는 현대로템(064350), 한국항공우주(047810)에도 매수가 몰렸다. 외국인은 두 기업을 각각 216억 원, 141억 원 사들이며 순매수 11위, 21위로 끌어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3497억 원을 팔아치운 것과 비교된다.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며 주가가 하락하자 저점매수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7거래일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67% 하락했다. 현대로템(-12.31%), 한국항공우주(-5.00%) 등도 5% 넘게 주저앉았다.
나날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타 업종 대비 방산주의 실적전망이 밝은 것 또한 투자 포인트다. 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 717억 원, 3928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0.24%, 2.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와 현대로템 역시 각각 영업이익 1582억 원과 1296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대비 171.48%, 61.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후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동 지역의 군비 정책도 증가 추세”라며 “경기 침체 우려와 무관하게 방산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성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방산주의 수주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중장기적 성장 기대감도 크다. 최 연구원은 “국내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079550))는 올 상반기까지 8조 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기록했다”며 “3분기 폴란드와 12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은 것 외에도 주요 납품이 2023~2028년에 집중되어 있고 수익성이 좋은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이익증가 사이클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부부장 연구위원 역시 “국내 5대 방산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한화시스템(272210)·현대로템)의 합산 목표 시가총액은 24조 원으로 현재 시가총액(16조 원) 대비 44%의 상승여력이 있다”며 “적극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현 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충분한 것 역시 긍정적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증권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표주가는 9만 6000원 선으로 30일 종가(6만 1500원) 대비 약 35%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항공우주와 현대로템 역시 목표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각각 34%, 28%가량 남아 투자매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