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4일 간호법 제정에 상반된 입장을 지닌 보건의료단체가 격돌하면서 전운이 고조됐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국회 앞 1인시위를 예고했고, 대한간호협회도 이에 응수하고 나섰다. 찬반논란이 재점화된 간호법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재개했다. 앞서 지난 8월 23일 간호법 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출범한 데 이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이필수 회장은 "간호사 단체에서는 간호법을 민생개혁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법안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생명을 24시간 돌보기 위해서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진 전체가 한 팀이 되어 진료실과 응급실 등 의료현장을 지켜내야 하는데, 간호법 제정은 협업 기반 의료에 불협화음을 조장한다”며 "현재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한 목소리로 간호법이 악법임을 천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을 비롯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하는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간호법 제정안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른 아침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법 제정’ 문구와 함께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 지켜달라’는 호소문이 담긴 대형 보드를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신 회장은 "여야 공통대선공약인 간호법 제정에 국민의힘도 즉각 이행해야 한다"며 "정쟁 중단과 민생개혁의 시작인 간호법 제정을 국회 법사위는 즉각 심사하라"고 촉구했다.
간협은 이달 1일부터 서울·대구·광주 등 전국 15개 전국 주요 도시 17개 전광판에 국민건강과 환자안전, 간호돌봄을 위해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홍보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심의 테이블에 처음 오른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4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간호사의 업무범위 등 논란이 됐던 조항이 대폭 삭제 또는 수정되고 임금, 근무 환경 등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직능단체의 반대가 심해 국회도 쉽사리 법안심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직역들은 간호법 제정 추진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13보건복지의료연대에 속해있는 5개 직종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보건의료노조의 간호법 제정 지지 행동을 강력 비판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보건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간호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양성과 배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간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은 겉으로는 초고령시대 국민건강 향상과 간호인력 처우개선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간호사 직역의 이익 극대화일 뿐"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우리 5개 협회 소속 회원들의 의견을 외면한 채 간호협회의 이익만 동조하는 대변자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