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대통령실 수석과 소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가 취재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표적감사’를 진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문자메시지까지 공개돼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문자메시지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특정한 것으로 보여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언론대응까지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참석에 앞서 스마트폰을 보던 유 사무총장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메시지 창에는 수신인이 ‘이관섭 수석’으로 돼 있고, 유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 내용은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관섭 수석’은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으로 보인다. 메시지 내용도 이날 오전 감사원이 한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일컫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언론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감사중인 감사원이 감사원법상 감사위원회의에서 주요 감사계획을 사전에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차를 무시한 상태에서 자료제출과 출석·답변 요구 등 각종 조사 권한을 행사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감사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지난달 최재해 감사원장 지시로 TF팀을 뒤늦게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보도와 관련 감사원은 서해 사건 감사에 착수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즉, 2015년부터 ‘위원회의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 위임’한다는 방침을 감사위원들에게 설명·동의를 구하였고, 현재까지 감사위원회의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중이라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구성한 TF팀 역시 감사계획 수립과정 및 공직감찰 업무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를 명확히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구성했다고 맞받았다. 결국 유 사무총장의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해명 자료’는 같은 내용의 자료를 일컫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련 보도내용을 인용한 뒤 “감사원은 독립 헌법 기관이라며 언급이 부적절하다던 윤석열 대통령님,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며 “한 두번 문자를 주고 받은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정치감사, 표적감사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전용기 의원도 “감사원이 중립 원칙을 깨고 정권의 이해에 따라 감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을 맡은 바 있는 현근택 변호사 역시 페이스북에 관련내용을 전한 뒤 “(감사원이)대통령과 독립된 기관이 맞는가요”라고 비판했다.
한편 감사원은 “언론에 감사원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됐다”며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가 절차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