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신용등급조차 없는 곳까지 태양광 대출…'원금 회수 불확실' 179억 넘어

■ '날림 심사' 의혹 현실로

우후죽순 태양광 시설 곳곳 무너져…대출 건전성 빨간불

있으나마나한 여신심사위도 열었다하면 '100% 통과'

"文정부 위해 무리한 실적쌓기 드러나…철저한 검사를"

8월 9일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태양광 시설 주변 산사태 피해 현장 모습. 연합뉴스8월 9일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태양광 시설 주변 산사태 피해 현장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우후죽순 건설된 태양광발전 시설이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날림 대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적격 신용등급 업체들에 나간 시설 대출은 ‘날림 공사’로 이어지고 태양광발전의 전반적인 부실로 확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8월 집중호우 때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산사태로 70대가 매몰돼 숨진 사고는 300㎜ 넘는 강우량과 태양광발전 시설 등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많은 양의 빗물이 비스듬한 태양광 패널을 타고 한쪽 경사면으로 유입되는 바람에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남 목포에서는 강풍으로 태양광 패널이 쓰러져 주변 차량과 가로수를 파손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사고가 늘어나면 마구잡이로 집행된 태양광발전 시설자금대출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어 금융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2017~2022년 8월 국내 12개 은행의 태양광발전 시설자금대출 신용등급별 현황에 따르면 BBB등급이 2474건(대출 금액 4865억 2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BBB+등급(2346건·4420억 2200만원) △BBB-등급(1555건·3998억 5600만 원) △A-등급(1745건·2939억 2000만 원) 순이었다. 그나마 BBB-등급까지는 회수 가능성이 있어 다행이지만 투자 부적격에 해당하는 BB+등급 이하가 문제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BB+등급이 2728억 9700만 원(509건), BB등급이 1910억 9100만 원(721건)의 대출이 일어났다. 이미 BB+등급 대출 중 2건에서 16억 3700만 원의 부실이 발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BB-등급(223건·580억 2200만 원) △B+(28건·100억 300만 원) △B등급(2건·26억 원) △B-등급(12건·23억 2000만 원) △CCC등급(1건·1억 100만 원) △CC등급(1건·1억 1000만 원) △C등급(1건·1억 원)도 적지 않은 규모였다. 영세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신용평가조차 받지 않아 산출된 등급이 없는 경우(13건·16억 7800만 원)도 다수였다. 감독 당국은 차주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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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태 조사는 은행마다 내부 신용등급 체계가 달라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의 장기 신용등급 구성 체계를 차용해 취합됐다. 최고의 신용 상태를 나타내는 AAA부터 부도 상태인 D까지 20~22등급으로 분류된다. BBB- 이상은 투자 적격 등급이며 BB+ 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투자 부적격 등급 중에서도 B+ 등급 이하는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불확실하며 CCC 등급 이하는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부적격 꼬리표를 달고 있더라도 확실한 담보를 잡고 있다면 은행이 대출을 내주는 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높은 대출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원금마저 떼일 염려가 큰 상황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보수적인 은행 여신 관행을 미뤄볼 때 흔치 않은 사례인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 초기 태양광 광풍이 불면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일부 시류에 편승한 측면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 이후 태양광 대출 관련 여신심사위원회 개최·부의 건수도 41건에 그쳤다. 건당 대출액이 10억 원 이상인 비교적 고액 대출이 399건이니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통과율은 100%였다. 이 때문에 여신위는 사실상 요식행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고액 대출 관련 은행의 여신위 개최 내역을 보면 다시 한 번 묻지마 식 태양광발전 시설자금대출 심사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태양광발전 시설자금대출 사업자 중 부적격 신용등급자가 13.5%(대출금액 기준으로는 무려 22.2%)나 되고 나아가 원리금 상환도 어려운 신용등급의 기업이 58건(대출금액 기준 179억 200만 원)이나 대출을 받았다”면서 “은행들이 문재인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실적 쌓기 식의 허술하고 위법한 대출 심사는 없었는지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태양광대출 실태 조사 결과를 이번 주 중 공식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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