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 구상을 밝혔다. 김정은의 대운하 구상은 역사적 연원이 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1952년 김일성종합대학의 연설에서 “운하를 건설해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동서 횡단 대운하를 처음 구상했다. 그리고 1981년부터 5년 동안 남포갑문(현재 서해갑문)을 비롯해 5개 갑문을 완성해 대동강의 통항(通航) 능력을 향상시킨 바 있다. 하지만 동쪽으로의 연결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다.
필자는 2022년 김정은의 대운하 구상에 중국의 ‘운하열(運河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2014년 역사 속의 경항(京杭)대운하, 수당(隋唐)운하, 그리고 절동(浙東)운하를 통합해 ‘대운하’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더니 2017년 시진핑 주석이 대운하를 직접 탐방한 후 대운하가 경유하는 동부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과 문화 역사 사업이 부흥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대운하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결돼 운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력이나 기술력만으로 동해와 서해를 횡단하는 230㎞에 달하는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발고도가 높은 동부 지역을 통과하는 인공 수로를 유지하려면 다수의 갑문이나 선박 리프트(lift)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협조와 기술력이 동원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싼샤댐에 최대 3000톤 급 선박을 수용하는 높이 113m의 선박 리프트가 올해 9월 개통됐다. 만약 북한 대운하가 완성된다면 이는 환보하이완(環渤海灣) 지역의 항만과 러시아 연해주를 연결하는 물길이 되므로 해양 굴기를 도모하며 일대일로를 확대하려는 중국의 해양 팽창 전략에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북한을 중국 경제권에 결속시키는 효과는 물론이다. 대운하를 매개로 북한과 중국의 협력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