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4인 가구 전기료, 이달 4만2500원→내년 5만8000원…요금 고지서 보기 겁난다

■에너지 요금 폭탄 현실화…국민 허리 휜다

러시아 사태로 LNG값 급등 엎친데, OPEC+ 원유 감산 덮쳐

올 3번 올렸지만…한전 영업적자 최대 40조 달해 인상 불가피

경기침체 속 물가부담 커져, 올해처럼 분기별로 나눠서 올릴듯


‘3만 6750원(올 1월)→3만 9140원(4월)→4만 870원(7월)→4만 2560원(10월)’

매월 304㎾h(사용 평균치)의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최근 1년간 전기요금 납부액 추이다.



올 1월만 해도 3만 6570원을 납부하면 됐지만 4월에는 기준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이 더해져 납부액이 3만 9140원으로 늘어났다. 7월부터는 실적연료비 인상분이 추가 반영돼 요금이 4만 870원으로 뛰었고 10월에는 기준연료비 및 전력량요금 인상분이 더해져 4만 2560원까지 납부액이 늘었다. 9개월간 부담이 15.8% 증가한 셈이다. 이같이 전기요금이 매 분기 상승한 데는 문재인 정부의 ‘꼼수’가 자리한다. 올해 인상분 중 기준연료비(㎾h당 총 9.8원)와 기후환경요금(㎾h당 2원)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1월에 모두 반영돼야 했지만 이전 정부는 이를 4월과 10월에 나눠 적용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3월 대통령선거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결국 이런 인상안은 강행됐고 부담은 한국전력이 다 떠안았다.







문제는 이런 전기요금 인상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현행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실적연료비·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모두 내년 급상승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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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석유 평균 수입액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내년 전력량요금’은 수입액이 1년새 2배가량 뛰면서 인상이 확실시된다. 이미 올 8월까지 전력량요금 인상분을 ㎾h로 환산하면 1㎾h당 39원 90전에 달한다. 여기에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분 예상치(㎾h당 5원)에 1년마다 갱신되는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예상치(㎾h당 2원)까지 더하면 내년 요금 인상 폭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들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계산하면 304㎾h의 전력 가구는 내년부터 월 5만 7910원의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올 1월과 비교하면 요금이 58% 급등하는 셈이다.

설상가상 연료비 급등에 내년도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은 올 1·2분기에 100만 BTU(열량단위)당 20~30달러 선에서 올 3분기 6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가스 문제로 유럽연합(EU)이 LNG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겨울 한파가 몰아닥칠 경우 ‘돈을 주고도 LNG를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현물가격 대비 저렴한 LNG 장기 계약 도입분이 전체의 80% 수준인 만큼 LNG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난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커지는 겨울에는 전체 발전에서 장기 계약으로 들여온 LNG 비중이 70% 초반까지 낮아져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태양광’도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 시킬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 전력 수요 피크 시간대는 기온이 낮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이지만 태양광발전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1시께인 탓이다.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태양광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LNG 발전을 늘려야 돼 발전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정부는 올겨울 전력 수급난에 대비해 ‘석탄발전 상한제’ 시행을 한시 유예한다는 방침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톤당 206달러 수준이던 호주 뉴캐슬 기준 연료탄 가격이 올 9월 452달러까지 뛰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가 최대 40조 원까지 예상되고 있어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력 구입비 조달을 위해 고금리 회사채 발행을 늘리며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까지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내년에는 선거와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도 없어 전기요금 현실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요금 인상분은 올해처럼 분기별로 나눠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적자는 장기간에 걸쳐 해소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해결하려면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국민이 어려워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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