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벨화학상으로 빛난 '클릭화학'…'ADC 신약' 몸값도 오를까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클릭화학' 분야 기초 마련한 화학자 3명 공동수상

항체·약물 접합기술 발전…ADC 신약 개발에 활용

글로벌 ADC 시장 고성장세…기술이전·파트너쉽도 활발

해외에서 판매 중인 ADC 신약 '엔허투' 제품 사진. 사진 제공=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해외에서 판매 중인 ADC 신약 '엔허투' 제품 사진. 사진 제공=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




매년 이맘때가 되면 노벨상 수상 소식에 전 세계 의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곤 합니다. 2022년 노벨화학상은 분자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한 화학자 3명에게 돌아갔는데요, 이들은 '생물직교 화학'(bioorthogonal chemistry)과 '클릭화학'(click chemistry) 분야의 기초를 마련해 신약 개발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클릭'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2개의 작용기가 만났을 때 마치 마우스를 누르듯 결합하는 반응을 의미합니다. 열을 가하거나 별도의 촉매를 추가하지 않아도 인체 온도와 같은 조건에서 화학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어 신약 개발에 매우 유용하죠. '생체직교'는 이러한 작용기가 생체 내의 다른 단백질이나 유기물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오직 정해진 파트너와만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표현일지 몰라도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바가 커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노벨화학상 수상이 예측되어 온 분야라고 해요.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노벨화학상을 받은 클릭화학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신약은 무엇일까. 최근 항암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ADC)입니다. 일전에도 한번 다룬 적이 있었죠, ADC는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체(Antibody)’에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Drug)’을 링커로 연결해 만드는 신약입니다. 항체에 약물을 안정적으로 부착하는 링커 기술이 발달하면서 ADC 신약이 개발될 수 있었다고 소개한 바 있는데, 바로 여기에 클릭화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셈이죠. 참고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신약은 12개나 됩니다. 다케다와 시애틀제네틱스가 개발한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가 2011년 FDA로부터 재발불응성 호지킨림프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며 최초의 ADC 신약 타이틀을 달았죠. 시젠과 젠맙이 개발한 '티브닥'(성분명 티소투맙 베도틴-tftv)은 작년 9월 재발전이성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서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ADC 신약 시대가 열리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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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은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ADC 신약은 유독 공동개발 사례가 많습니다. ADC 개발의 핵심 요소는 종양 관련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 연결 링커, 세포독성 페이로드 3가지가 꼽히는데요, 각각의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바이오기업들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기술이전을 통해 빠르게 상업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항체 기술을 보유한 셀트리온(068270)은 지난해 6월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영국의 ADC 개발사 익수다테라퓨틱스에 4700만 달러 상당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레고켐바이오(141080)는 ADC 플랫폼기술 '컨주올'을 앞세워 복수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죠. 전 세계적으로 암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ADC 시장도 당분간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글로벌 ADC 시장이 2022년 약 59억 달러에서 연평균 22%의 성장률(CAGR)을 나타내며 2026년 약 1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죠.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을 계기로 ADC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들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 같습니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드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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