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가부가 폐지되면 중요한 일을 한 장관으로 평가받을 것이므로 아쉬움은 없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 장관은 본인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가 폐지되는 데 대해 아쉬움은 없냐는 기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조직 개편방안 관련 설명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관한 상세 내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의 브리핑은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에 이어 진행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여가부의 가족·청소년·양성평등·폭력피해자 지원 등 업무는 보건복지부에 설치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서 담당하며 여성 고용 지원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
김 장관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또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기존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여가부 브리핑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권력남용에 의한 성비위 문제에 대해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시각에서 탈피하고 여성 보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또한 “부처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맡고 있던 기능들은 없애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기능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말씀하신 것처럼 여가부 폐지는 여성에 대한 부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는 김 장관을 향해 여가부의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김 장관은 ‘국제사회가 성평등 독립부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인상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대한민국의 성평등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우려가 담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나 김 장관은 “오해가 많다”, “지금 상황에서 베스트(best)”, “충분히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염려되는 점은 없다”, “독립 부처 존재가 위상 강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답을 잇따라 내놓았다.
여성계는 여가부 폐지에 대해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15개 여성단체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해소를 통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며 “이는 한국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 년 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4개월 넘게 여가부에서 일 하며 여러 한계를 느꼈고 조직 형태를 어떻게 해야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행안부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젠더갈등, 권력형 성범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여성’에 특화된 여성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장관도 못 하는 일을 본부장이 어떻게 한다는 것이며 18개 부처를 대상으로 어떤 협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김 장관의 표현대로 ‘초미니 부처’인 여가부를 급하게 해체하는 게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조치인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00위권 밖으로 하위권이며 여성 폭력, 안전, 차별 문제 등이 반복되는 사회적 시스템을 지적하지 않고 젠더 감수성 자체를 폐기하려고 하는 시도는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우려했다.
브리핑 현장에서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후 여가부의 기능이 어떻게 강화될 수 있는지 수 차례 강조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부처 폐지 내용을 담은 판넬을 가리키며 “판넬을 보면 여가부와 복지부 업무가 어떻게 융합되어 통합될 수 있는지 잘 보실 수 있을 것이고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