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서만 이익 4조 급감…삼성 올 영업익 50조도 위태

[삼성전자 어닝쇼크]

■ 복합위기에 3년만에 역성장

메모리값 급락에 매출 2분기째↓

영업익 전망치보다 1조 넘게 하회

4분기 IT기기 수요위축 효과 본격화

연매출 300조 턱걸이 가능성 커져

내년 메모리시장 '제로성장' 전망

삼성 영업익 30조대 추락 예측도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경제DB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경제DB




전자 업계와 증권가는 이번 3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을 놓고 글로벌 복합 위기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완전히 사라진 코로나19 특수, 공급망 위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정보기술(IT) 완제품의 수요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호실적을 이끌던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과잉공급의 늪에 빠지면서 올 4분기와 연간은 물론 내년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7일 공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그간 꾸준히 하향 조정된 증권가의 기대치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이날 직전까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평균 78조 3062억 원, 11조 8683억 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제 잠정 매출(76조 원)과 영업이익(10조 8000억 원)은 이보다도 2조 3062억 원, 1조 683억 원이나 더 적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2020년 이후에도 비대면 IT 기기 수요가 증가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섯 분기째 70조 원 이상을 유지했으나 규모는 올 2분기 이후 두 분기 연속 줄었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6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 2분기의 9조 9800억 원보다 4조 원가량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대 효자 종목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서버용의 경우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모바일·PC용 반도체는 소비 위축의 영향을 예상보다 일찍 받은 것으로 진단했다. 모바일경험(MX) 부문도 경기 둔화 국면을 갤럭시Z 플립4, 폴드4와 같은 신제품 효과로 뒤집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반도체 6조 원, MX 3조 원, 디스플레이(DP) 1조 9000억 원, 소비자가전(CE) 3000억 원씩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출하 증가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예상됐지만 판매 부진과 비용 증가에 따라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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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삼성전자가 올 4분기에 더 나빠진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IT 기기 수요 위축 효과가 본격화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보다 평균 15~20%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올해 말쯤 되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적자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D램 가격 역시 4분기에 13~18% 추가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락 폭을 3분기(10~15%)보다 더 크게 본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도 4분기 실적을 반등시킬 전략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0조 원의 영업이익도 달성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출액도 300조 원에 턱걸이할 공산이 크다. 현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연간 실적 전망 평균치는 매출액 311조 8321억 원, 영업이익 50조 731억 원이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올해보다도 9조 원가량 적은 41조 4173억 원에 불과하다. 키움증권의 경우 매출액 297조 9150억 원, 영업이익 36조 7020억 원까지 기대치를 낮췄다.

올 8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 성장률을 0.6%로 낮춰 잡았다. 올 6월 3.4%에서 두 달만에 ‘제로 성장’으로 수정했다. 트렌드포스 또한 내년 D램 시장 규모를 올해 전망치(903억 달러)보다 16%나 적은 759억 달러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도 올해 전망치(720억 달러)보다 고작 3.7% 많은 746억 달러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반전 카드로는 위기 시점에 반도체 점유율을 늘렸다가 내년 하반기 경기 회복 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는 전략이 꼽힌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기자 간담회에서 메모리반도체 감산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논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안감으로 반도체 고객사들의 갑작스러운 재고 조정이 업황을 뒤흔들고 있다”며 “올해 말과 내년 초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의 생산 축소,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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