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어차피 나간다…신입 담당도 교육 포기"…美 일할 사람 없어도 이렇게 없나[Weekly 월드]

GDP 떨어져도 일손 부족한 미국 고용 시장

구직자 한명 당 1일자리 1.67개…골라서 이직

스쿨버스 회사에 기사 부족해 사무직이 운전

코로나19 대량 해고 후폭풍…리오프닝 후 인력 부족

연준 금리 인상에 일자리 줄고 실업률 늘까 '촉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미국 마이애미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 란싱미히는 항상 8명에서 12명의 직원을 상시채용 중이다. 적정 인력의 10% 가량이 항상 부족하다는 의미다. 인력을 뽑아도 절반은 출근도 하지 않고, 나머지도 며칠, 길어야 몇 주면 퇴사를 하는 일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회사 오너인 케이트 헨리는 "사람을 뽑고, 대체하고, 뽑고, 대체하고 반복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계속되면 신입 교육 담당 직원이 그냥 설명하는 일을 멈춰버리기 때문에 작업장에 효율성이나 능률이라고는 지옥에나 가버린다(goes to hell)"라며 혀를 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한 미국 기업의 사례는 현지 고용 시장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는 차고 넘치고 인력은 부족하니 구직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언제든지 그만두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올 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6%와 -0.6%로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가 위축되면 통상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늘어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들어 실업률이 늘었다가(3.7%) 9월 미국 역사상 최저치인 3.5%로 다시 내려 앉았다. 일을 할 사람은 거의 다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와중에 구인수요는 넘친다. 8월 일자리는 여전히 1005만 3000개로 1000만개를 넘는다. 8월 실업자수 601만명과 비교하면 인력 한 명 당 열려있는 일자리가 1.67개다. 구직자가 골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스쿨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짐 페이 대표는 현재 185명인 직원을 15명 더 늘리려고 알아보고 있다. 현재 그의 회사는 인력이 모자라 운영하던 노선의 상당수를 줄였다. 그는 "나는 물론 사무실 직원들도 스쿨버스를 운전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매일 운전을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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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인력 난은 팬데믹 당시 대량해고의 역풍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572만명 수준이었던 미국 실업자수는 두달 뒤인 4월 2304만 명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 때 당시 떠났던 인력 중 200만명 이상이 아직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2020년 2월 3.5%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노동가능 인구의 고용시장활동 비율을 나타내는 경제활동참가율은 9월 62.3%로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63.4%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특히 건설시장의 경우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해 작업 시작 직전까지 작업 가능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한 건설업자는 "인력을 15% 가량 올려줬고, 해고를 하고 싶어도 사람이 모자라 해고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직자가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구직자가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임금을 올리는 데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려 수요를 둔화시키고 일자리를 줄이고 싶어 하는 이유다. 지금의 타이트(tight)한 고용 시장은 임금을 올리고 생산성을 낮춰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현재 3.5% 수준인 실업률이 내년 과 내후년 4.4%로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 고용시장 완화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이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고용 문제가 생각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렌스 볼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는 "2023년이 되면 금리 인상이 경제와 고용 시장에 광범위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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