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반도체난·금리인상에…은행 오토론 직격탄

시중은행 7월까지 5494억 취급

신차 대출 전년比 70% 넘게 급감

NH농협은 아예 판매 중단하기도

"경기침체에 대출로 車구입 꺼려"

DSR 규제에 포함도 영향 준듯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출금리까지 치솟으며 시중은행의 자동차대출(오토론) 실적이 올 들어 급감했다. 차량 출고가 장기화되며 일부 은행은 오토론 취급을 아예 중단했다.



1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오토론 신규 취급액은 신차 3702억 원, 중고차 1792억 원 등 총 5494억 원을 기록했다. 7개월 동안의 실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신차 대출은 76.3%, 중고차 대출은 59.6%나 쪼그라든 수치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시중은행의 오토론 취급액은 1조 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시중 5대 은행의 오토론 신규 취급액이 매년 2조 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평년 대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취급액이 급감했지만 평균 연체율은 0.46%로 지난해(0.49%)와 비슷했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가 오토론 회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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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경기 침체까지 겹친 것이 실적 악화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신차가 나오는 속도도 줄고 차를 구입하는 사람 자체도 적어지니 대출 역시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총 81만 80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나 감소했다.

일부 은행은 오토론 취급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지난해와 지난해 말 각각 ‘채움오토론’ ‘오토론 전환대출’ 판매를 종료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하나 남은 자동차 관련 상품인 ‘NH간편오토론’마저도 10개월이 넘게 판매를 중단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품 리모델링 관계로 중단한 것”이라며 “다만 재개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주택이나 전세 대출 등 필수재 관련 대출은 유지돼도 자동차처럼 필수재가 아닌 상품 대출은 감소했다”며 “대출을 받아서까지 차를 사야 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판매를 중단한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오토론 금리는 신차 기준 5.27~8.59% 수준(국민·신한은 금융채 6개월, 하나·우리는 신규 취급 코픽스 6개월 기준)이다. 오토론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의 금리는 일주일 전보다 0.06%포인트 더 오르기도 했다. 민 의원은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에 따른 고유가마저 예상돼 한국 경제의 전망이 어둡다”며 “연체율의 경우 아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안심하기 이른 단계인 만큼, 차주의 부담이 심화되거나 연체율이 급등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토론의 급감이 외부 요인도 있지만 상품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토론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는데 오토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카드사 및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은 DSR 산출 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2020년 금융위원회에 “오토론은 자동차 구매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DSR 산출 대상에서 오토론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우 자동차 금융시장의 후발 주자로 뛰어들면서 취급 수수료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었는데 이제는 2금융권에서도 과거의 불합리했던 부분을 많이 개선하고 플레이어도 많아지면서 시장이 평준화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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