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국방장관 자살 마땅"…우크라 진격에 내분 터진 러시아

체첸 수장 등 푸틴 측근그룹서 제기한 군 지휘부 비판 확산

푸틴을 직접 비판할 가능성은 낮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우). 로이터 캡처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우). 로이터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주의 교통 요충지 리만을 되찾은 데 이어 남부 헤르손주(州)의 일부 지역을 탈환하면서 이들 지역의 친러시아 관료들이 러시아 국방장관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도네츠주의 리만과 헤르손주는 지난달 말 러시아가 강제합병을 선언한 곳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행정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4분가량의 영상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공개 비난했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내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국방장관이었다면 장교로서 스스로에게 총을 쐈을 것'이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자살하는 게 마땅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스트레무소프는 또 “모스크바의 장성들과 장관들이 전선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러 국방부는 부패한 약탈자들이 모여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군 지휘부를 공개 비판한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한 그에게 동의한다. 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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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강제 합병 조약 체결 하루 만에 리만을 탈환했다. 이에 카디로프는 리만 지역 군 지휘부를 이등병으로 강등하고 최전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는 “군대에서 족벌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을 창설한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이에 동의하며 “군 지휘부를 맨발로 최전방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푸틴과 가까운 인물이다. 와그너 그룹의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등의 전투에 직접 참가하고 있다.

중장 출신 러시아 하원 의원인 안드레이 구룰레프는 “위부터 아래까지 완전히 거짓말로 긍정적인 보고만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 군 수뇌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지에서 잇따라 후퇴하면서 친러 관료도 군 지휘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카디로프와 프리고진의 공개 비판으로 “푸틴 대통령이 향후 공격 강화를 주장하는 러시아 내 극우 강경파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 세계는 푸틴 대통령의 핵 무기 사용을 우려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러시아 엘리트층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직접 겨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체제는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과 지역 엘리트 등이 푸틴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각종 혜택을 받는 구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 중 누구라도 선을 넘는다면, 하룻밤 새 망가질 수 있다”며 “푸틴 주변에는 ‘예스맨’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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