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잡힐줄 모르는 물가·환율에…한은, 역대 두번째 빅스텝 '성큼'

[기준금리 3% 시대 임박]

■ 12일 금통위 전망은

美 초긴축에 금리역전 폭 더 커져

금리인상 외 마땅한 대응책 없어

李 "연준 연말 금리 예상보다 높아져"

국감서 사실상 0.5%P 인상 시사

일각선 11월 2연속 빅스텝 전망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10.07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2.10.07






고물가·고환율 위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시 한번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나 가계 이자 부담 등이 걸림돌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빅스텝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이미 10월을 넘어 11월까지 빅스텝을 밟게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은이 이번에 빅스텝을 하게 되면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4월·5월·7월·8월에 이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빅스텝을 할 경우 기준금리가 2.50%에서 3.00%로 단숨에 뛰어올라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25bp(1bp=0.01%포인트)보다 50bp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가 다르지 않으면 당분간 25bp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연준이 올해 말 정책금리에 대한 전망치를 3.4%에서 4.4%로 대폭 높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총재도 “미 연준 최종 금리에 대한 기대가 상당 폭 높아졌다”며 전제 조건이 달라졌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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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가 국회에서도 사실상 빅스텝을 시사하면서 시장금리도 이를 반영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26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55%로 전일 대비 0.35%포인트 급등하면서 2009년 10월 28일(4.5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일 이 총재가 국회에서 “(10월) 금통위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발언하자 즉각 반응한 것이다. 이달 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28%로 소폭 하락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4%까지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상태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경제지표도 빅스텝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5~6%대 고물가 상황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막을 방법은 금리 대응뿐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환율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 상황 고착화를 방지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빠른 긴축 속도 역시 고려 대상이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 폭은 0.75%포인트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25bp를 올리고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번 75bp를 인상한다면 금리 역전 폭은 1.25%포인트로 확대된다.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도 25bp를 올린다면 연준이 50bp만 인상해도 역전 폭은 1.50%포인트로 역대 최대 격차와 같아진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연쇄 상승이 나타날 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금통위가 빅스텝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11월까지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BNP파리바는 한은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50bp씩 올려 3.50%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 역시 “한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며 “11월에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에 11월 금통위는 25bp 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리를 빠르게 올려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환율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출 둔화 등 경기 위축에도 최근 연준의 가파른 긴축 시사로 인한 자본 유출이나 원화 약세 압력을 누그러뜨리고자 금리 인상 폭을 50bp로 확대할 것”이라며 “추후 연속 빅스텝 가능성도 남겨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긴축 강화에서 자칫 인상 폭이 미흡하거나 소외될 경우 외환시장 경로를 통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10월에 이어 11월까지 빅스텝 인상 여지가 크고 내년 1분기까지 인상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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