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인천·수원발 KTX 사업 차질이 현대로템과 관련이 있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대해 “고속차량은 구매 수량에 따라 제작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주문 제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현대로템은 11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고속차량 발주 사업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인천시민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국민의 교통 접근성과 편익증대를 위한 한국산 고속열차 납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은 “지난해 코레일이 발주한 차량 입찰에 현대로템이 수량이 적고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천발ㆍ수원발 KTX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로템은 사업 지연에 대해 지역 주민에게 사과했지만 고속열차의 주문 제작 특성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인천·수원발 KTX 열차 제작이 늦어지는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통상 주문 제작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이다. 일반 공산품처럼 동일 규격의 물품을 대량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주문자의 수요에 맞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규격이나 설계 등을 상이하게 한정 생산한다. 고속열차의 경우엔 생산에 들어가는 원소재부터 1만2000여종에 달하는 부품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로부터 일일이 구매해 조립·제작한다.
현대로템 측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며 “원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철도안전법에 따른 시험 및 검사를 매번 비용을 납부하며 받도록 규정돼 있어 이른 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해당 의원실이 이같은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사업 지연의 책임만 현대로템에게 묻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현대로템은 고속차량 제작에 들어갈 때마다 요구되는 부품의 개발비용이나 금형비, 시험검사비 등 1회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때 들어가는 1회성 비용은 부품수량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되기 때문에 구매 수량이 적을수록 최종 완성차의 제작원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회 검사 비용이 16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16량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량당 10원)와 160량(량당 1원)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 량당 제작 단가가 절대 동일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고속차량 제작에는 부품 제조원가나 생산성이 어느 수준 이상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발주 물량이 필요하다는 ‘최소 발주수량’이 존재한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추고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발주처인 코레일에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통합발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은 올해 7월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합친 136량으로 통합발주를 진행한다는 사전규격공개를 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에 발주된 EMU-260 30량 사업에서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손실을 떠안고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철도부문에서만 총 2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