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 조짐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말 금리를 4.5%까지 올릴 것이 분명해진 만큼 한미 금리 역전 폭은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둔화 우려와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에도 한은은 당분간 등 떠밀리듯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2.5%)와 연준의 정책금리(3~3.25%)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75bp(1bp=0.01%포인트), 50bp씩 금리를 인상해 최고 4.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 폭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3%로 0.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0.25%포인트로 좁혀지지만 당장 다음 달 1~2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 양국의 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다시 벌어진다. 11월에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도 연준 역시 빅스텝 가능성이 커 격차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은이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한 번이라도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친다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한미 금리 격차를 1%포인트 안팎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을 전망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환율 불안이 물가를 더 자극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미국과 최대 100bp의 금리 격차 유지, 환율 가치 방어 등 세 가지 모두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내년 상반기 물가 상승세의 둔화 속도가 더디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5bp씩 금리를 올려 최종 4%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