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LCD 점유율, 韓의 4배…OLED 시장도 5년새 1%→16%로

[3高에 6대 핵심산업 위태]

<4> 中 저가공세에 궁지몰린 K디스플레이

LCD 최고가比 62%↓ 사상 최저가

"제조원가보다 싸…만들수록 손해"

삼성·LG, LCD 사업 철수·축소

소비 위축에 OLED도 빨간불인데

정부는 국가전략업종 포함 안시켜

수출도 300억弗서 200억弗대로↓

中, R&D보조금 지원 등과 대조적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대 축제임에도 분위기는 예년처럼 마냥 밝지 않았다. 특히 중견기업인의 날, 건설의 날, 발명의 날, 전자·정보기술(IT)의 날 등 다른 분야 기념일과 달리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는 올해에도 금탑산업훈장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최대규 뉴파워프라즈마 회장이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게 최대 포상이었다. 중국의 빠른 추월·추격 속에 우리 정부조차 디스플레이 산업을 관심 밖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034220) 사장은 이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 정부 관계자를 앞에 두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기술 혁신으로 후발 국가와의 격차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1위 업종으로 당당히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디스플레이 업종이 중국발(發) 저가 공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로 국가전략산업에서 완전히 이탈할 처지에 놓였다.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도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했던 고가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도 경기 침체 여파로 좀처럼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OLED마저도 중국의 추격 가시권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올 8월 30일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LCD TV 패널 가격이 8월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4분기에도 ‘L자’ 형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DSCC에 따르면 65형 초고화질(UHD) 패널의 8월 평균 가격은 109달러에 불과해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288달러)보다 62%가량 급락했다. 75형 UHD 패널의 평균 가격도 218달러에 그쳐 최고가였던 지난해 7월 가격(410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DSCC는 3분기 패널 가격이 평균 15.7%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가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진격과 소비 침체 효과가 겹치면서 LCD 패널은 만들면 만들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오게 된 셈이다. DSCC는 “75형 미만 모든 화면의 패널 가격이 제조 원가 아래로 떨어졌다”며 “공급 과다, 취약한 수요, 과잉 재고라는 ‘퍼펙트 스톰’이 맞물린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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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가격이 떨어지자 제조 업체들은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DSCC는 LCD 공장 가동률이 4월 87%에서 5월 83%, 6월 73%, 7월 70%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DSCC는 “가동률이 7월부터 급격히 둔화됐지만 판가는 내년까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도 10일 LCD 공급 과잉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CD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 보니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예 해당 사업을 중단·축소하고 나섰다. LCD 부문은 2018년부터 중국이 앞지른 상태다. 중국의 지난해 LCD 시장점유율은 50.9%에 달한 반면 한국은 대만(31.6%)보다도 낮은 14.4%로 쪼그라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6월 이미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2012년 삼성전자(005930) LCD사업부에서 분사한 지 고작 10년 만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내년까지 중단하고 OLED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다. 중국 생산 라인은 단계적으로 IT나 상업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트렌드포스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 1분기 P7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CD 사업의 부진은 디스플레이 업종 전체 1위 자리까지 내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33.2%)은 지난해 이미 중국(41.5%)에 추월당했다. 정부의 방관 속에 2017년 이후 5년간 점유율이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선두에 선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2014년까지 300억 달러가 넘던 수출액도 지난해 214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1위를 수성 중인 OLED 쪽도 위태롭다는 점이다. 한국의 OLED 시장점유율이 2016년 98.1%에서 지난해 82.8%로 내려간 사이 중국은 1.1%에서 16.6%로 상승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당분간 고가 TV 시장이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흔들리는 한국과 버티는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위기 국면에서 급격히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제 LCD가 아닌 OLED 기술 개발 쪽에 보조금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연구개발(R&D)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전략기술 업종에서도 빠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도 사라져 정부의 지원 없이는 복합 위기를 감당하기 너무나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에 대해 지난달 22일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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