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생산 현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의약품 생산 공장 준공식에서 “앞으로 10년간 바이오 사업에만 7조 5000억 원을 추가로 쏟겠다”며 “공격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뉴삼성’ 시대에는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워 미래 먹거리의 양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11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시설) 등 현장 곳곳을 둘러본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과도 만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사업과 관련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송도캠퍼스를 찾은 것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은 생산 능력이 연간 24만 ℓ에 이르는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공장이다. 총 2조 원을 들여 건설해 이달부터 부분 가동하기 시작했다. 4개 공장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 총 42만 4000ℓ를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곧바로 바이오 CDMO 분야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측은 4공장이 완전 가동되는 내년에는 생산 능력을 총 60만 ℓ까지 확대해 바이오 CDMO 시장에서 ‘초격차’ 우위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2032년까지 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존 부지에는 4공장 건설로 더 이상 남은 땅이 없는 상태다. 삼성은 11만 평 규모의 부지에 공장 4곳과 바이오벤처 기업 육성용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설치해 새 성장 동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조만간 제5·제6공장을 잇따라 설립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만들고 직원도 4000명 이상 직고용하기로 했다.
삼성의 이 같은 바이오 공격 투자 구상은 이 부회장의 미래 전략에 기반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5월에도 450조 원 규모(국내 360조 원)의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신규 투자를 반도체·바이오 등 2대 첨단 산업의 미래 먹거리, 신성장 정보기술(IT)에 집중하겠다고 한 바 있다. 삼성은 당시에도 “바이오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로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고 장담했다. 업계에서는 광복절 복권 이후 국내외 사업장을 연일 시찰 중인 이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회장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