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금리 효과로 가입 신청이 폭주했던 ‘청년희망적금’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불과 석 달여 만에 17만 명에 육박하는 중도 해지자가 발생하면서다. 경기가 악화하며 청년층들이 매달 돈을 넣을 여력이 부족했거나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상환으로 급전이 필요해져 포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270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희망적금은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12개 은행에서 대면과 비대면으로 신청받아 총 286만 8000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2만 4000명이나 중도 해지하더니 석 달 만에 14만 3000명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출시 이후 누적 중도 해지 인원은 16만 7000명이다. 전체 가입자의 5.82%에 해당한다. 일부 가입자들의 이탈로 월평균 납입액 규모는 소폭 증가했다. 2분기 말 기준 월평균 납입액은 41만 3000원으로 판매가 종료됐을 시점(38만 4000원), 1분기 말(41만 1000원)보다 조금씩 늘었다. 서금원은 청년희망적금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분기별 가입자 현황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 만기의 월 최대 50만 원 이하 자유 적립식 적금으로 가입 대상은 지난해 기준 총급여 3600만 원(종합소득 금액 2600만 원) 이하인 만 18~34세 청년이다. 청년층이 현존하는 적금 상품 중 사실상 최고 금리인 청년희망적금을 스스로 포기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실질 이율이 연 10.49%(KB국민·신한·NH농협은행 최대 우대금리 적용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다른 예·적금으로 갈아타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코인 주식 투자에 길든 청년들은 진득하게 목돈을 모으는 데 갑갑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특성을 고려해 ‘청년도약계좌’를 설계해야 더 많은 청년이 온전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결혼, 주택 마련 등 자금 소요 요인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연령대인 데다 장기 저축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5년간 매월 40만~70만 원의 금액을 납입하기 어려울 수 있어 중도 해지 가능성이 크다”며 “몇 년간 금융시장 변동성을 감안할 때 향후 5년간 최소 수준 이상의 금리를 가입자에게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