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오랜만에 찾은 서울 신촌의 이화여대 앞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대 앞 상점들 서너 곳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텅 빈 채 ‘임대 구함’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러는 가운데 11일 일본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하면서 외화 유출이기도 한 일본 여행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노(No)재팬’이 언제 있었나 하는 듯하다.
팬데믹 이후 관광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관광 정책은 어수선하다. 특히 다섯 달의 수장 공백기를 거쳐 6일 한국관광공사 새 사장이 임명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김장실 씨가 윤석열 정부 첫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까지 지냈으니 경험이야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역대 정부에서도 ‘공신’이 주로 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으니 도긴개긴이기는 하다. 김 사장은 3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국민통합초청위원장을 맡았었다.
김 사장은 이미 8월부터 ‘내정설’이 돌았다. 정부가 관광공사 사장 공모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면 공모에 이름을 올린 다른 사람은 들러리일 뿐이다. 더 문제는 내정설이 파다했지만 실제 임명은 두 달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관광 업계가 팬데믹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더 어리둥절한 것은 6일 임명 발표 과정이다. 그날 문체부는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 보도 자료를 오후 2시 16분에 e메일을 통해 전체 언론에 배포를 했다. 그런데 이는 10분가량 빠른 오후 2시 7분에 한 언론사에서 ‘단독’이라며 관련 기사를 내보낸 후였다. 해당 언론사는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곳이다.
김 사장은 임명이 발표된 그날 곧바로 강원도 원주 한국관광공사 본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에서 그는 관광 업계의 이슈들을 나열하며 “책임의 무게를 통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꼭 인식하고 지켜야 하는 말이다.
한편 6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관광청 신설’은 아예 언급조차 안 됐다. 여성가족부 폐지, 국가보훈부 격상 등의 방안이 공개된 날이다. 물론 관광청 실효성 여부는 업계에서도 왈가왈부다. 하지만 대선 공약조차도 벌써 잊혀진 듯한 현실은 아쉽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