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마포구 상암동 광역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부지를 비공개로 찾아 주민 피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마포구 상암동 소각장 부지를 비공개로 방문해 45분 가량 둘러보며 현장 관계자로부터 신규 소각장 건립 계획과 관련한 설명을 들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신규 소각장의 굴뚝 위치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시 기본 구상 단계에서는 굴뚝이 북쪽에 위치했는데, 이를 남쪽으로 바꾸면 상암동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굴뚝 위치가 강변 쪽에 있게 되면 80∼90%는 이쪽(상암동)으로 올 게 없을 것"이라며 "설계를 뒤집어 쓰레기 운반 차량이 들어가는 진입로를 뒤로 넣는 방식으로 굴뚝 위치를 조절해보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또 "주민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굴뚝 연기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라며 "안심시킬 수 있도록 바람이 남북으로 부는지, 동서로 부는지, 확률이나 빈도는 어느 정도인지 풍향 조사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이어 "주민들이 확신하고, 인식하고, 이해해야 (소각장 건립에) 동의가 되는 것이지 말로만 조사해 보니 영향이 없다고 얘기하면 믿음이 안 갈 것"이라며 "확실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포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반발은 여전하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각해야 하는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면 소각장 추가 건립이 불필요하다"면서 '전처리시설 확충'을 대안으로 검토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전처리시설은 폐기물을 소각 처리하기에 앞서 종량제봉투를 분쇄·선별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플라스틱·폐비닐 등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최종 소각 폐기물을 감량하는 장치다.
이 같은 전처리 과정으로 약 70%에 이르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서울 각 자치구에 전처리시설을 설치하면 소각장 추가 건립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박 구청장의 주장이다.
마포구는 이를 검증하고자 이날 구청 광장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쓰레기 '성상분석'을 했다. 성상분석은 주민이 배출한 종량제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근 5일간 배출된 종량제 봉투 속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소각 폐기물 감량 데이터를 수집해 소각장 추가 건립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또한 구는 가까운 시일 안에 경기 포천시에 있는 전처리시설을 활용, 관내에서 배출된 종량제 생활폐기물이 얼마나 감량되는지 실증할 예정이다.
박 구청장은 소각 폐기물 처리 방식도 기존의 스토커 방식이 아닌 고온 용융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온 용융은 최대 2000도의 고온으로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까지 완전히 연소하는 친환경 소각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