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종잇장보다 얇은 동박, 77㎞까지 뽑아”

■SK넥실리스 정읍5공장 가보니

최첨단 제박기 수십대 갖추고

크레인·무인 운반차로 자동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업 척척

유럽 등에도 스마트 공정 적용

“3高 위기지만 생산 안 줄일 것”

SK넥실리스 직원들이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공장에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SK넥실리스 직원들이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공장에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1일 전라북도 정읍시에 위치한 SK넥실리스 5공장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제박기와 각종 장비들이 가동되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웠다. 커다란 드럼통은 저마다 일정한 속도로 돌며 주황색의 얇은 구리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에 들어가는 동박이다. 이날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완공한 정읍 5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SK넥실리스는 세계 1위 동박업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동박 생산량의 22%를 차지한다. 동박은 보통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두께로 머리카락의 0.05배 수준으로 얇다. SK넥실리스가 현재 생산하는 가장 얇은 두께의 동박은 4㎛다. 회사는 정읍 공장에서 독자 기술로 만든 동박을 CATL·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SKC는 2020년 SK넥실리스(당시 KCFT)를 인수한 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췄다. 동박을 제작하는 제박기는 기존보다 더 큰 드럼과 더 높은 전류를 사용해 생산성이 높다. 이들 제박기는 3~5일 동안 최대 77㎞ 길이의 동박을 1.4m 폭으로 만들어낸다. 완성 동박롤은 6톤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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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동박롤은 천장의 자동 크레인이 내려와 바닥에 있는 무인 운반차로 옮긴다. 무인 운반차는 제품 보관 장소로 동박롤을 옮긴 후 일렬로 늘어서 있는 제품 사이에서 빈 공간을 찾아 이를 자동으로 내려 놓는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컨트롤 센터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작업이 진행돼 한번에 제어할 수 있다”며 “각 공정 내 직원이라고는 포장을 담당하고 설비를 점검하는 3명 정도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는 스마트 공정화된 정읍 5,6 공장의 시스템을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에도 적용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톤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투자 후보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 중이며 올해 안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박원철 SKC 사장은 정읍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 주정부와 인센티브를 포함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위해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증설해가는 속도에 맞춰 고객사들이 제 시간에 동박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복합위기가 짙어지며 상당수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등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SK넥실리스는 당초 목표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글로벌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투자를 포함해 여러 계획에 대해 상당히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배터리 시장이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목표했던 2025년까지 연 25만톤 생산 계획은 변함없이 추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읍=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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