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로 '톱10 → 톱3' 질주…IRA 파고·강성노조는 과제

[정의선 회장 취임 2주년 성과와 과제]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개발

자율주행·도심항공·로봇·AI 등

Motors서 Mobility로 파괴적 혁신

올 그룹 매출 사상 첫 270조 유력

미래 차량용 반도체 기술 내재화

IRA 시행에 맞서 美 점유율 방어

'모빌리티 전환' 勞와 갈등해소 숙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4월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상을 수상한 뒤 뉴스위크 특별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4월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상을 수상한 뒤 뉴스위크 특별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터스(motors)에서 모빌리티(mobility)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14일 취임 2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붙잡고 있는 화두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내연기관(motors)’ 중심이었던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기차·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현대차그룹이 과거처럼 ‘바퀴 달린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에 머물러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2020년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이례적인 위기를 맞은 때였다.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이런 격변기에 정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의 내실을 다지면서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꿔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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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지난 2년간 주도해온 전기차 전략은 테슬라 일색이었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의 본격적인 재편기에 아이오닉5·EV6 등 차별화된 성능과 디자인의 신차들을 적기에 출시했고 전기차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각각 판매 순위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내연기관차 시대에 우리는 패스트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출발선이 똑같다”며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로보틱스·UAM 등 새로운 분야에서 모빌리티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해 설립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셔널은 미국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에 아이오닉5 자율주행 택시를 공급한다.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한 UAM은 ‘슈퍼널’ 법인을 중심으로 안전한 기체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이다. 2021년 정 회장이 주도해 인수한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추진력과 혁신 마인드로 그룹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모습은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도 ‘혁신적’이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4월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올해의 비저너리 부문)’로 정 회장을 선정했다. 올해의 비저너리상은 향후 30년 이상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업계 리더에게 수여하는데, 정 회장이 최초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뉴스위크는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현재를 놓친 것도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 3위에 올랐다. 반기 기준 전 세계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차그룹이 ‘빅3’에 포함된 것은 유례가 없다. 2000년 10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이 2010년 5위에 이어 올해 첫 글로벌 톱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3곳의 연간 매출액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270조 원(증권 업계 추산)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그룹의 ‘맏형’ 격인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 벽을 깰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 원대에 불과했다. 기아 역시 올해 8조 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정 회장 취임 2년 만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후 괄목한 만한 성장과는 별개로 정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현지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지만 7월 4위, 8월 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IRA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 말부터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술 내재화도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출고 적체가 심각하다. 향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도체 관련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아 노조와의 관계 정상화도 관심 포인트다. 노조는 퇴직자의 신차 구매 할인을 축소하겠다는 회사 측의 제안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날 노사가 교섭을 재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3일 부분 파업은 철회했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향후 투쟁 수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노조는 생산 특근 및 일반 특근도 전면 거부하기로 한 상태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회사의 피해도 큰 만큼 정 회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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