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연준, 긴축 고삐 바짝 더 죈다…美 내년 금리 5%까지 갈수도

[美, 인플레 잡기 올인]

■ 9월 CPI 8.2% 상승

강달러에 되레 미국인 소비력 껑충

루이비통 지난분기 매출 19% 급증

펩시코, 가격인상에도 9% 늘어

추가긴축 속도조절 소수의견 불구

내년까지 자이언트스텝 지속 가능성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쇼핑센터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AFP연합뉴스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쇼핑센터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AFP연합뉴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 회의에서 “미국인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을 계좌에 갖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나 국제 정세,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1년 전 이맘때보다 이달에 더 많은 소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직면한 가장 힘든 도전은 미국 경제에서 가장 좋은 것, 바로 소비가 튼튼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모이니핸 CEO의 발언은 소비를 둔화시켜 물가를 낮추겠다는 연준의 계획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고공 행진은 연준의 의도와 달리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는 연준이 물가를 진정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13일 나온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2% 올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8.1%)를 0.1%포인트 웃돌았다.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억제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이상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국 이코노미스트 매슈 마틴은 “물가 압박은 여전히 커지고 있고 불안정하다. 특히 러시아 전쟁으로 공급 불안이 큰 음식과 연료 분야가 그렇다”고 진단했다.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기업들의 생산 비용으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도 PPI의 흐름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은 각종 공급 계약에서 가격 변동의 기준을 PPI로 잡고 있다”며 “PPI에 묶여 있는 기업의 장기 예약은 수조 달러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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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업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 회사 펩시코는 이날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219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분기에 제품 가격을 평균 17% 올렸지만 판매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앤드리아 펠스테드는 “고객들은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며 “펩시코뿐 아니라 식품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지난 분기 매출이 19% 늘었다고 발표하자 미국인들이 강달러로 인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명품 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LVMH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장 자크 귀오니는 “모두가 경기 침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아직 그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9월 CPI마저 예상을 웃돈 만큼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연준은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하락의 신호가 거의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제약적인 금리 수준에 한동안 머물러야 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늦출 만한 유일한 요인은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연기금 등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가 끊어질 경우 그 파장이 미국 금융 시스템으로 전파되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9월 FOMC 회의록은 “몇몇 참가자들이 특히 현재 매우 불확실한 세계 경제 및 금융 환경에서 경제 전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가 긴축의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다만 연준 내 다수 의견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우선이다. 특히 9월 CPI도 이런 연준의 입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고 12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긴축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 기준은 매우 높다”며 “인플레이션·노동시장 등 근본적인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도 아직 보지 못했다”고 기조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히려 9월 FOMC에서 예고한 것보다 더욱 고강도 긴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이날 뉴욕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기존 규모(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앞으로 계속 테이블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올릴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꺾이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이언트스텝이 11월뿐 아니라 12월, 혹은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선언인 셈이다.

올 초까지 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리처드 클래리다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리더십 하에서 연준은 필요한 만큼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내년 금리는 4.5~5.0% 정도가 될 것이고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내놓은 내년 금리 중위값 4.5~4.7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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