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9월 스타트업 투자 유치 첫 5000억 아래로

■벤처 '돈줄 가뭄' 심화

VC 몸사리며 연초 1.2조서 뚝

투자 한파에 대규모 감원 늘고

울며 겨자 먹기식 M&A도 속출

수익성 높은 곳에만 투자금 몰려





경기 침체 우려 확산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벤처캐피털(VC)은 투자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흔들리는 스타트업은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1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 동안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전체 투자금은 3816억 5000만 원으로 지난달(8628억 원) 대비 56% 감소했다. 연초 1조 2000억 원대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스타트업 투자액 규모가 500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달(6285억 원)과 비교해도 39%가 감소해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수치로 증명했다.



금액별로 살펴보면 30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 300억 원 이상 투자는 단 한 건에 불과했고 100억 원 이상 투자가 17건, 10억 원 이상 투자는 25건, 10억 원 미만 및 비공개 투자가 80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수백 억 원대의 대형 투자 건이 자취를 감췄고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비공개 투자가 많았던 게 투자액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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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투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은 잇따라 감원에 나서고 있다. 회원 75만 명을 보유한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최근 전 직원 80여 명에 대한 권고사직을 결정했다. 협력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부 부실이 커졌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게임 업체 ‘베스파’도 올해 6월 전 직원 148명 중 105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투자 한파 속 생존 방식의 하나로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도 늘어나고 있다.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없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업을 매각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스타트업 M&A 사례는 129건에 달했다. 3분기에 이미 지난 한 해 기록(125건)을 넘어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뒀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현대자동차에 4277억 원에 인수됐다. 카카오게임즈는 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유명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7540억 원에 사들였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자금 경색이 늘어나며 감원·M&A를 비롯한 다양한 자구책이 등장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갖춘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43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어메이즈VR’은 글로벌 영화관 체인 AMC에서 가상현실(VR) 콘서트 투어를 시작했고 미국 15개 주요 도시에서 75%의 티켓 판매율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증명했다. 35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자율주행 3차원(3D) 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서울로보틱스’도 BMW와의 협업으로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나선 상태다.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자금을 위탁 받아 투자를 집행하는 운용사들의 경우 특정 기간 내에 자금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해도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제는 이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고 현금 흐름이 양호한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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