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인도와의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던 19세 소년은 11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아시안컵이 63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을까.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에서 2023 아시안컵 개최지가 발표된다. 이 대회는 내년 6월 중국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이 개최를 포기하면서 개최국을 다시 정하게 됐다.
1960년 제2회 대회 개최 이후 63년 만에 유치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은 카타르·인도네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올 6월 아시안컵 유치 도전을 공식화한 뒤 지난달 15일 유치 신청서를 AFC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시안컵을 K컬처와 축구가 융합된 축제로 승화시켜 지역 관광 활성화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아시안컵의 경제 효과는 1678억 원으로 추산된다.
아시안컵은 손흥민 개인에게 의미 있는 대회기도 하다. 대표팀 커리어의 시작을 알린 무대이기 때문이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조광래 당시 대표팀 감독은 함부르크(독일)에서 뛰던 18세 손흥민을 깜짝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은 본선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인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36분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4 대 1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3위에 그쳤지만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은 대선배 박지성과 같은 방을 쓰며 짧은 시간에도 많은 추억을 쌓았다. 손흥민은 “지성이 형은 축구장 안팎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였다”며 “어떻게 쉬고 어떻게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지 옆에서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은 손흥민에게 한 맺힌 대회이기도 하다. 커리어 두 번째로 출전한 2015 호주 아시안컵의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연장 끝에 져 끝내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소속팀 일정으로 대표팀에 늦게 합류해야 했고 대표팀도 8강에서 카타르에 0 대 1로 발목 잡혀 1960년 이후 첫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컵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면 손흥민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독일), 토트넘(잉글랜드) 등 유럽 무대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했지만 아직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다. 연령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 경험이다. 손흥민도 그 의미를 잘 알기에 “우리나라에서 큰 메이저 대회가 열린다면 개인적으로 정말 큰 의미 부여가 될 것 같다”고 한국의 아시안컵 개최를 응원했다. 과연 손흥민은 차범근·홍명보·박지성 등 한국 축구 전설들도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의 한을 풀고 자신의 커리어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그 기회를 고국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아시안컵 한국 개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