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판매하는 박씨(60).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움츠러든다. 몇 년 전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를 앓은 뒤부터 환절기가 되면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추수철을 맞아 각종 과일이나 채소가 제철이다 보니 바쁘다는 이유로 허리가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했다. 어느 날 무거운 채소 상자를 옮기다 찌릿한 허리 통증을 느낀 박씨는 허리디스크 때문임을 직감한다. 허리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해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박씨는 한방 보존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최근 외식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이 지역 전통시장의 노포들을 조명하는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당 평균 조회 수가 200만회가 훌쩍 넘을 만큼 전통시장 방문객도 늘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중이다.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찬 기운은 소비자들이 시장을 계속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상인들과 가깝게 소통하며 시장 거리에 한가득 진열된 지역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전통시장만이 가진 매력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상인들의 육체노동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부분 실외에 상품을 진열해두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많은 상인들은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많이 나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낮아지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척추 주변의 혈류량도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경직돼 약화된 척추 부위에 통증을 야기하고 허리디스크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
시장 상인들의 고령화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0년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59.7세로 60대(36.9%)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상인의 비율은 55.3%로 절반을 넘었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의 탄력과 완충 능력이 낮아지는 만큼 상품들을 옮기고 진열하는 일이 많은 상인의 경우 무리하다 허리디스크에 노출되기 더욱 쉽다.
환절기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척추 주변의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으며 난로, 온열 매트 등 난방 기구를 준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귀가 후에는 전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반신욕으로 경직된 근육, 인대 등을 이완시키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허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침·약침 치료와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를 실시해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며 순수 한약재 성분으로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약침은 통증 해소와 신경 보호에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틀어진 척추 및 주변 근육의 위치를 바로잡아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추나요법, 손상된 척추 조직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방 허리디스크 보존치료의 효과는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한방 보존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는 10년에 걸쳐 통증 개선 정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허리통증 시각통증척도(VAS)를 측정한 결과, 치료 전 중등도 수준인 4.39에서 치료 6개월 후 통증이 거의 없는 수준인 1.07로 감소했다. 10년 후 측정한 VAS 점수도 1.1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방 보존치료의 효과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피부로 느껴지는 쌀쌀한 공기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초겨울 건강 관리가 부족하면 연말연시에 아프기 십상이다. 추운 계절을 앞두고 건강을 점검하며 본격적인 월동 채비에 나서도록 하자. /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