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560발 포격에 미사일까지…전방·제주기지 동시에 노렸다

[北 하루에만 5차례 도발]

397분간 실전 같은 입체 공격

자정 전후에 육·공군 대거 동원

서해~내륙 합동작전 능력 과시

NLL·비행금지구역 인근도 위협

남한만 겨냥 기습상황 상정한듯

허위 정보로 도발책임 韓전가도

북한 240mm 방사포의 모습북한 240mm 방사포의 모습






북한이 13일 자정을 전후해 약 397분간이나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유사시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섞어 대남 도발을 하기 위한 전쟁 연습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투기와 방사포·미사일 등이 대거 동원돼 서해에서 내륙 동부 지역에 이르는 넓은 전선을 형성한 것은 우리 군의 대응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성격이 짙다. 특히 북한 육군과 공군이 호흡을 맞춰 대한민국의 전방 및 수도권 지역은 물론 후방의 부산 및 제주도 해군 기지 등까지 동시에 타격하는 합동작전 가능성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미그 29 전투기. 북한이 운용중인 전투기중 비교적 상위급 기종이며 지난 13일 심야의 위협비행 당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미그 29 전투기. 북한이 운용중인 전투기중 비교적 상위급 기종이며 지난 13일 심야의 위협비행 당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전 같은 입체 공격=북한의 이번 무력시위 특징은 시간과 지리적 차원뿐 아니라 군종 차원에서 입체적·실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미의 대북 감시력이 다소 제한될 수 있는 자정 전후의 어둠을 틈타 전투기·포병부대들이 동서에 걸쳐 전개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동원됐다. 불규칙한 시차 간격으로 일사불란하게 내륙과 해상에 전개된 이번 시위는 성동격서식 기습 작전을 방불케 했다.

첫 도발은 전투기 위협 비행이었다. 13일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우리 군의 레이더에 북한 전투기들의 항적 10여 개가 식별됐다. 항적이란 비행기의 이동 경로를 의미한다. 최대 10여 대로 추정되는 북한 전투기들의 항적은 자정을 넘겨 14일 0시 20분까지 포착됐다. 이번 기종은 미그 29 등 비교적 상위 기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전투기들은 전술조치선(TAL) 이남 서부 내륙 지역에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북방 5㎞(군사분계선 북방 25㎞) 인근을 비롯해 동부 내륙 지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북방 7㎞(군사분계선 북방 47㎞), 서해 지역에서는 북방한계선(NLL) 북방 12㎞까지 각각 접근했다가 북상했다.

우리 공군의 F-35A전투기의 륙 모습. 지난 13일 심야 북한 전투기들이 위협비행을 하자 우리 공군 F-35A 등이 긴급출격해 우세한 전력으로 대응했다. 사진제공=공군우리 공군의 F-35A전투기의 륙 모습. 지난 13일 심야 북한 전투기들이 위협비행을 하자 우리 공군 F-35A 등이 긴급출격해 우세한 전력으로 대응했다. 사진제공=공군



공군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군 대응의) 빈틈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유사시 우리 공군의 킬체인(자위권 차원의 선제 타격)이나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을 동서 내륙과 해상에서 견제하며 시간을 벌기 위한 실전 훈련이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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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만 노렸다=전투기 위협 비행이 끝나자 북한 포병은 14일 오전 1시 20분께부터 1시 25분께까지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 발에 달하는 포격 훈련을 단행했다. 북한은 이어 오전 1시 49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을 1발 쐈다. 우리 군에 탐지된 SRBM의 비행 거리는 700여 ㎞, 고도는 50여 ㎞였다. 비행 속도는 약 마하 6(음속의 약 6배)이었다. 해당 제원으로 미뤄볼 때 속칭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 23계열의 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탄두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탄두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포병은 오전 2시 57분께부터 3시 7분께까지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 발을 쏘는 사격 훈련도 실시했다. 이후 해가 뜰 동안에는 도발을 멈췄다가 해가 저물 무렵부터 해상 포격을 재개했다. 강원도 장전 일대(오후 5시~5시 30분께)에서 동해상으로 90여 발, 서해 해주만 일대 및 장산곶 서방 일대(오후 5시 20분~7시께)에서 서해상으로 각각 90여 발씩 쏘아댔다. 해당 포격은 우리 영해를 침범하지는 않았으나 9·19 군사합의에 따른 NLL 북방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에 탄착했다.

이번 군사훈련의 특징은 비행 거리나 사거리 모두 남한 권역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KN 23계열(최대 사거리 800㎞ 이상 추정)로 보이는 SRBM을 이번에 약 700㎞까지만 쏜 것은 평양 순안에서 제주도에 이르는 사거리를 과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700㎞이면 순안에서 일본 본토까지는 약간 못 미치는 거리여서 주일 미군을 타격할 수는 없다. 유사시 미국·일본 등이 개입된 확전 가능성은 최소화하면서 오로지 대한민국만을 겨냥해 수도권이나 서해 도서 지역 등을 기습 점거하는 전략을 다듬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MRLS의 모습. 사진제공=미 국방부미 육군이 운용하는 MRLS의 모습. 사진제공=미 국방부


◇허위 정보로 도발 책임 미뤄=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4일 대변인 명의의 ‘발표’를 통해 “전선 적정(적의 정보)에 의하면 10월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 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허위 주장을 폈다. 이어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 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발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려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측 합참에 따르면 13일에 우리 군의 전방 지역 포사격 훈련은 없었다. 대신 주한미군이 당일 오전 8시~오후 6시 강원도 철원 사격장에서 미리 예고된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해당 훈련에서는 다연장로켓(MLRS) 사격이 이뤄졌으나 사격 방향은 북쪽이 아닌 남쪽이었다. 이번 훈련 사격 지점은 군사분계선 이남 5㎞보다 훨씬 더 남쪽에서 이뤄졌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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