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득세 인하도 1년 연기 추진…'트러스노믹스' 사실상 폐기

■한달만에 막 내린 트러스노믹스

'초단명' 콰텡 후임 헌트 英재무

증세·공공지출 삭감으로 'U턴'

BOE도 금리 대폭 인상 내비쳐

트러스 거취놓고 불확실성 지속

"세부내용 없다" 시장 불안 여전

다이먼 "놀라운 일 터질 수도"

연금 등 높은 레버리지에 우려

사진 설명사진 설명




38일 만에 ‘초단명’한 쿼지 콰텡 전 영국 재무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제러미 헌트 장관이 내년 4월 시행하기로 한 소득세율 인하(20%→19%)의 1년 연기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트 신임 장관은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과 정반대되는 ‘증세’와 공공지출 삭감을 시사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트러스노믹스’가 채 한 달도 안 돼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가 시장이 원하는 대로 황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트러스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디테일’이 부족한 헌트 장관의 발표 내용 때문에 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더타임스는 “헌트 장관이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 적용 시점을 1년 미루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BBC·스카이뉴스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도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모든 정부 부처는 추가 효율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러스 캠프에 정책 자문을 하는 경제학자 줄리언 제솝은 “헌트 장관의 발표는 트러스노믹스가 폐기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더타임스는 “헌트가 현 정부 내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로 받아들여진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행정부의 정책 ‘유턴’에 발을 맞추듯 영국 중앙은행(BOE)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8월에 봤을 때보다 물가 상승 압력에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BOE가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다음 달 3일 회의에서 0.75%포인트나 1%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적 재정·통화정책은 시장이 바랐던 방향이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트러스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집권 보수당의 반(反)트러스 세력은 트러스 총리 교체를 위해 불신임 투표 규정 변경을 곧 추진할 예정이다.

헌트 장관의 발표에 큰 방향성만 있을 뿐 세부 내용이 빠졌다는 점도 문제다. 헌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세금·지출 계획의 개요나 세부 사항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계 최대 케이터링 업체인 영국 컴퍼스그룹의 도미닉 블레이크모어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대담하고 완벽하게 계산된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감세안 철회도 심각한 재정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더타임스는 “예산책임처(OBR) 분석 초안에는 2027~2028년 공공재정에 720억 파운드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나왔지만 소득세·법인세 정책 유턴으로는 200억 파운드만 충당돼 여전히 520억 파운드가 비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영국에 대한 의심을 거둘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헌트 장관의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14일 30년물 국채금리는 4.76%에 장을 마쳐 전 거래일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장중 4.82%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달러·파운드 환율도 1.1172달러로 1.4% 하락(파운드 가치 하락)했다. 시장은 BOE의 장기 국채 매입 조치가 종료된 후 처음 개장하는 17일과 31일에 나올 예산안 및 OBR의 중기 재정 전망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14일 3분기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영국의 사태를 보며 연기금에 얼마나 많은 레버리지가 있는지 놀랐다”며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쁜 의미의) 놀라운 일들이 터질 수 있다. 투자자는 현재보다 더 심한 시장 파열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한 시장은 계속 불안할 것”이라며 “신흥국이나 레버리지가 높은 헤지펀드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