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픽업 예정이신 고객님 열 한 분을 애타게 찾습니다. 주문 내용을 볼 수 없어 케이크를 못 만들고 있습니다.”(케이크 가게 사장 김 모 씨)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후 주말 판매량이 0인 건 처음입니다. 고객센터도 카카오톡 채널로 운영하고 판매나 광고도 카카오를 통해서만 진행 중이었는데….”(자영업자 박 모 씨)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캠퍼스 건물에서 15일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연동 서비스 대부분이 먹통이 됐다. 카카오 연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든 일상도 동시에 멈췄다. 이용자들의 불편과 피해도 속출했다. 카카오톡 메신저와 단체 채팅방은 물론 금융 등 결제 업무, 택시 등 차량 호출 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등 사실상 생활 전 분야에서 문제가 겹치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가장 크게 두드러진 문제는 소통 단절이었다. 전 국민의 80%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친구, 직장 동료, 가족 등과 대화가 끊겼다. 이날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을 찾은 송 모(29) 씨는 “결혼식장에 도착해 친구들과 연락하기로 했는데 동창들이 모인 단톡방이 멈추자 다들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며 “바쁜 시간을 쪼개 결혼식장까지 왔는데 식 전에 다 같이 모여 단체 사진 한 장 못 찍었다”고 아쉬워했다.
미용실·카페 등 각종 생활 서비스 역시 카카오톡 채널에 의존해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인천에서 주문 제작 케이크를 판매하는 자영업자 김 모(29) 씨는 “케이크 신규 주문은 한 건도 못받았고 카톡에서 기존 주문서 내용도 확인할 수 없어 작업도 올스톱됐다”며 “주말 장사를 완전히 망쳐버려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카카오 선물하기와 카카오뱅크 등 금융 업무도 마비되면서 크고 작은 금전 피해가 잇따랐다.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남 모(25) 씨는 “갑자기 카톡이 안 열려서 내 돈 주고 치킨을 먹었다”며 “계획에 없던 소비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이용자 함 모(45) 씨는 “거래처에 보내야 할 돈이 카뱅에 묶여 있어서 곤란했다”며 “서비스가 정상화되면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맵과 연동된 배달 대행 업체도 피해를 입었다. 배달 대행업에 종사하는 A 씨는 “토요일 저녁 피크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며 “접수를 받을 때 카카오맵과 연동돼 배달 거리 등이 계산되는데 서비스가 완전히 먹통이 되니까 멘붕이 왔다”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 등 카카오 모빌리티를 통해 영업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피해도 컸다.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블루와 카카오벤티 등은 앱을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한데 예약 서비스가 멈추면서 손님을 받지 못한 탓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킥보드·스쿠터·자전거 등 탈 것을 대여한 이용자들은 기기를 반납하지 못해 요금이 끊임없이 불어나는 날벼락을 맞았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카오 킥보드를 반납하지 못해 요금이 10만 6500원이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비스 복구 과정에서도 잡음은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이 ‘특정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해둔 멀티프로필이 다수에 무작위로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륜 상대와 함께 촬영한) 멀티 프로필 사진이 공개돼 멘붕”이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멀티 프로필이 지정 친구가 아닌 친구들에게 보이는 오류가 발생한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일부 프로필 이미지 설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도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