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긴장 수위자 높아지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독자 핵 개발 등 북핵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층이 민감해 하는 안보 이슈에 적극 목소리를 내 차기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전당대회 일정이 가시화되기 전 당권 경쟁의 막이 오르면서 당이 안정화 수순에 접어들자마자 권력 다툼에 몰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항구적 평화는 구걸과 조공으로 얻을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과감한 지위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과감한 지위력 확보’는 자체 핵 개발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쏜 데 이어 14일 대규모 포격을 퍼붓자 김 의원은 최근 ‘핵 개발론’을 띄우고 있다.
조경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핵 개발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핵무기 개발은 전쟁이 아닌 자유·평화 수호를 위한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만이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에 궤를 같이한다. 유 전 의원은 “지금은 국가 안보의 비상사태다. 우리도 게임체인저를 가져야만 한다”며 미국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잠재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독자 핵 개발’은 비현실적이라며 수위 조절을 택했다. 윤 의원은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훼손이다. 외교·경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립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 잠수함 상시 배치, 한미 핵 공유 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이 같은 강경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자체 핵무장에 대해 반대하는 미국의 뜻이 명확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가 일단락된 가운데 당권 후보군이 난립하자 선명한 안보 노선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달 말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당협 재정비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당권 경쟁은 조기 과열되는 모습이다. 김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돌직구를 던지는 등 후보들 간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후보 간 힘겨루기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유 전 의원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경선 룰(당원 70%, 국민 30%)에서 당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