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삶의 질은 GDP에 담기지 않는다

■한훈 통계청장





한 나라의 경제 성과를 측정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통계는 국내총생산, 즉 GDP다. GDP 개념이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29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세계적 대공황 이후부터다.

대공황 당시에는 철강 생산량 감소, 철도 운송량 증가, 실업률 폭증 등의 정보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을 했지만 경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1934년 당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가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에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한 것’이라는 GDP 개념을 처음 만들어냈다. 이 GDP 개념은 나중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고 쿠즈네츠는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GDP가 가장 중요한 경제통계의 위치를 차지했지만 GDP의 한계에 대해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GDP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경제 발전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됐지만 GDP의 증가가 곧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GDP가 삶의 질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GDP 통계를 보완해 삶의 질을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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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더나은삶지수(Better Life Index)’를 개발해 2011년부터 매년 회원국을 중심으로 측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 건강, 소득, 삶의 만족도 등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11개 영역으로 구성된 지표를 통해 각 나라의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데 2021년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41개국 가운데 32위다. 소득 영역은 22위인 데 비해 환경(38위), 건강(37위), 삶의 만족도(35위), 공동체(38위) 등 만족도를 측정하는 주관적 지표가 포함된 영역은 순위가 매우 낮다.

유엔은 2012년 이후 매년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각국의 ‘삶에 대한 만족도’ 단일 항목에 대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3월에 발표한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6개 국가 중 59위, OECD 38개국 중 36위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건강 기대수명(4위), 1인당 GDP(26위)는 상위권이나 부패(46위), 사회적 지원(85위), 관용(93위), 자율성(113위)은 중하위권이다.

우리나라도 통계청에서 2014년부터 국민의 삶을 건강·교육·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매년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건강, 여가, 가족·공동체 등 11개 영역의 71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 이 지표는 삶의 질 개선 정책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매년 개선되는 지표가 악화되는 지표보다 많아서 점진적으로 우리 사회 삶의 질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도 없다”고 측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우리 모두 삶의 질 측정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삶의 질 측면에서도 선진국 평가를 받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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