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최대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에 본격 돌입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미국의 물가지표 악화 등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자 적극 행동에 나선 셈이다.
16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20조 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해온 채안펀드의 재가동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당국은 우선 코로나19 당시 조성해 남아 있는 1조 6000억 원을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서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산업은행과 은행·증권사 등이 추가 출자해 재약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 우량 회사채가 매입 대상이지만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원칙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채안펀드뿐 아니라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 및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치도 17일 조기 시행한다. 여기에 더해 이달 내로 예정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신속히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잠재울까…"적극 행동 나서야"
금융 당국이 채안펀드 재가동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은 시장금리의 고공 행진으로 회사채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이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신용등급 AA-) 3년물 최종 호가 수익률은 14일 기준 연 5.3%대를 나타내고 있다. 4.7%대에 머물던 한 달 전에 비해 0.6%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2.4%대였던 올해 초와 비교해서는 두 배 넘게 증가했다. 3년 만기 우량 회사채(AA-)와 국고채 간 금리 차는 14일 1.113%포인트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은 주가 급락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물러선 지 오래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의 여파로 올해 9월까지 총 2조 1000억 원의 회사채를 순상환했다. 기업의 양대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를 적극 활용해야 소위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4월 금융 당국은 채안펀드를 가동했지만 투자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머물면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