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서울경제가 국내 경제 전문가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52.7%가 글로벌 금융 위기 재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금융 위기가 재발할 경우 가장 약한 고리로 중국(38.6%·복수 응답 포함)을 지목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이 비교적 빨리 경제를 회복한 것은 중국이라는 성장 엔진이 가까이 있었던 덕분이 크다. 반대로 지금은 중국 탓에 더 빠르고 깊게 금융 위기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고 속에 ‘차이나 리스크’까지 겹쳐 경제 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글로벌 3대 신용 평가사 관계자 등이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을 내세우고 있다. 추 부총리는 “외환 위기처럼 당장 단기간에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까지 경제부총리가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층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전방위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6일 ‘일본이 1990년대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버블 붕괴 등으로 장기 불황에 빠졌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물가와 환율을 잡으면서 경기 침체도 막을 수 있도록 섬세한 정책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 대책은 점점 굳어지는 무역 적자, 경상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해 외화를 벌어오지 못하면 고환율·고물가 해결은 불가능하다.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고급 인재 양성 대책도 세워야 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말고 세제·규제·노동 개혁 입법에 즉각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