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3.6%, 7월 2.9%에서 10월 2.7%로 낮췄다. 그러면서 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로그에서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전망치를 낮출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최악의 상황은 어디까지인가. 또 이 어려운 상황은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모든 요인이 동시에 나쁜 방향으로 전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IMF는 1.1%, 세계은행은 0.5%, 블룸버그는 -0.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무역 규모 성장률이 올해 3.5%에서 내년에는 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의 진정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것은 2023년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세계경제를 이렇게 위협하고 있는 하방 위험들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재정위기와 에너지 위기, 세계적 금리 인상과 강달러, 이로 인한 신흥국들의 충격,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와 국제 금융자본의 움직임 등이 대표적인 하방 위험이다. 이미 영국의 파운드화가 국제 금융자본들의 신뢰를 잃고 건전성을 시험 받고 있으며 다음으로 유럽의 화약고 이탈리아가 정권 교체로 시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15%에 달했던 세계 부채는 2020년 256%로 치솟아 금융 안정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대내와 대외의 복합 불균형 상태에 빠져 정책 대응이 어렵고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침체 국면은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꼭 10년 전인 2011년 9월 발생한 유럽 제정위기는 세계경제를 2016년까지 5년간 침체 국면으로 몰아갔다. IMF의 데이터베이스는 2023~2027년 평균 세계 경제성장률은 3.16%로 2011~2019년 평균인 3.52%보다 0.36%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 그룹의 성장률은 평균 4.18%로 2010년대보다 0.6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20년대의 세계경제 기반이 2010년대보다 크게 악화돼 2020년대 침체 국면이 2010년대보다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인플레이션·고금리·강달러로 인한 후유증이 단기간에 정리되지 않는다. 둘째, 2000년대 세계경제 고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 세계화의 지정학적 기반이었던 유럽·러시아, 미국·중국의 협력의 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으로 크게 손상됐다. 셋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래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함으로써 세계무역 성장이 제약을 받고 있다. 넷째, 미국은 10년 전 금융 완화로 달러를 풀고 장기간 저금리를 지속했으나 현재는 그 반대로 고금리와 금융 긴축 및 강달러로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결정적 전환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적 같은 종전이 올 경우 세계경제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끝낼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율이 1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100번이 넘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을 동력으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세계경제는 길고도 위험한 터널을 앞두고 있으나 ‘이 또한 지나간다’. 긴 호흡으로 정책의 원칙을 지키는 끈기와 세계경제의 회복 국면에 대비한 회복 탄력성을 키워가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