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징집병 사망’ 잇따르자 러 국민들 분노…"훈련 안 받았다" 증언도

군 당국 징집 시 2개월 가량의 훈련 약속했지만

우크라 포로된 러 병사들 "훈련 안 받았다" 증언

러시아 동원령 발령 후 징집된 병사들이 한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캡처러시아 동원령 발령 후 징집된 병사들이 한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캡처




러시아 동원령 발령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장에 투입된 징집병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유족과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서 러시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첼랴빈스크 지역 주지사는 이 지역 출신 징집병 5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 출신 징집병 4명도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이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BBC는 14명의 병사들이 전선에 다다르기도 전에 자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매체들은 사망한 병사들 중에는 변호사나 공무원 출신도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되자 전쟁 개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1일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당초 동원령 발령으로 악화했던 러시아 내 비판 여론은 징집병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당국이 사망한 병사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첼랴빈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사망한 것은 아닌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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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병들에게 부실한 훈련이 이뤄진 정황도 유족과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군 당국이 애초 징집 시 2개월 가량의 훈련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열흘 만에 전장에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나탈리아 로세바 러시아 국영매체 RT 부편집장은 모스크바시의 공무원이었던 알렉세이 마르티노프(28)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징집돼 불과 며칠 만에 최전선에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러시아 병사 일부는 “군사 훈련을 거의 안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징집병들의 죽음이 러시아 내 반전 여론에 불을 지핀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러시아 언론인 로만 슈퍼는 마르티노프의 죽음과 관련해 러시아 공무원들의 분노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티노프의 죽음이 도시 노동자 등 교육받은 핵심 그룹의 백래시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동원령 이후 러시아군 내에서는 불미스런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파르티잔스크에서는 러시아군 징집 장교가 울타리에 매달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훈련을 받던 징집병이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사건도 보고되고 있다.

15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의 사격장에서는 훈련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훈련병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범인들이 타지키스탄 출신이며 종교를 둘러싼 논쟁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타지키스탄은 이슬람교도가 국민의 95%에 이르는 나라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상대로 한 사격훈련 중 테러리스트들이 소형화기로 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정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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