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카오가 소환한 '디지털 포비아'…"인생 통째로 사라진 기분"

◆ 카카오가 소환한 '디지털 포비아'

개발자·공대생 이용 많은 티스토리

3일째 완전히 복구 안돼 '패닉'

카카오페이지 연재 웹툰·웹소설

작품 노출 안된 작가 금전 피해도

"또다시 데이터 사라질까 두려워"

디지털 익숙한 MZ세대 더 큰 영향

카카오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가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이후 3일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티스토리 캡처카카오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가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이후 3일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티스토리 캡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 모(22) 씨는 15일부터 이틀간 중간고사 공부와 과제를 거의 못 했다. 카카오의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가 먹통이 되면서 자료를 열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대생 대부분이 티스토리를 통해 코드나 논문을 리뷰하고 자료를 저장해둔다”며 “시험을 위해 정리한 자료나 과제가 모두 티스토리에 들어 있는데 이게 막히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 먹통 현상’이 3일째 계속되면서 카카오 연동 서비스에 정보를 저장해둔 사람들이 ‘디지털 포비아(디지털 기피증)’에 빠졌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기록물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업무나 공부에 지장을 받거나 심지어는 금전적 피해를 본 탓이다.



티스토리 오류로 인한 피해가 대표적이다. 티스토리는 네이버와 함께 블로그 서비스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이트다. 개발자 및 공대생 이용자가 많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현상 이후 3일째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통계학과 대학원생 김 모(27) 씨는 “통계학과 과제를 위해 티스토리를 주로 활용한다”며 “구글링을 하더라도 결국 글은 티스토리를 통해 보는데 이게 막히면서 검색이 안 돼 주변 친구들도 많이 불편해 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 모(28) 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개발 공부를 하면서 배운 모든 지식을 티스토리에 기록했다”며 “504 에러를 보는 순간 그간 쌓아둔 자료가 싹 날아갔다는 생각에 내 개발 인생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 욕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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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피해도 발생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멈추면서 작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이 약 이틀간 노출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 A 씨는 “15일 오후부터 조회 수가 0이 됐다”며 “너무 허무해서 내내 정신을 못 차리다가 이제야 다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웹툰 업계 관계자 김 모(26) 씨는 “15~16일에 론칭을 계획했던 작품은 일정이 다 미뤄지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손실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개인 데이터 유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 기록하고 저장한 정보를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하거나 데이터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사태로 확산됐다. 직장인 박 모(29) 씨는 “평소 맛집은 카카오맵에만 저장했는데 또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될까 봐 걱정”이라면서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통해 각종 메모나 자료를 기록하는 습관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일이 또 생겼을 때 내가 쌓아둔 데이터가 다 사라지면 어떡할지 문득 두려웠다”거나 “카카오페이에 쓸 돈을 몰빵해 넣어뒀는데 어떡하냐”는 글이 이어졌다.

이 같은 ‘디지털 포비아’는 아날로그 경험이 없는 MZ세대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성세대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멈추자 콜택시를 이용했지만 젊은 세대는 다른 택시 애플리케이션 이용만 고집하다 오히려 발이 묶였다. 현금 없이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카카오 금융 업무가 마비되면서 예식장에서 부랴부랴 현금을 빌린 사례도 나왔다. 계좌 이체를 못 해 곤란했다는 직장인 양 모(32) 씨는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날로그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도 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 서비스 오류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째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팀은 이날 오전 9시 공지를 통해 주요 기능들이 복구됐음을 알렸으나 다음·카카오 메일과 톡채널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오류 등이 계속돼 이용자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카톡이 와도 빨간색 숫자 알림이 뜨지 않거나 알림이 아예 오지 않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김남명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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