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AI가 쓴 서문에… 유발 하라리 “충격으로 입 다물지 못해”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 게재

“잡탕이지만 새로운 얘기에다 논리적 일관성”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서 벗어날 수도”

“인간이해·협력이 더 나은 세상 위한 인류 과제”

‘호모 데우스’ 서문서도 세계질서 붕괴 위기 경고





“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커다란 도전 과제는 세계적인 규모로 새로운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되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에 기초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국가와 자유시장 또는 개인의 주권이나 자연의 지배에 기초하지 않은 채로 세계적인 규모로 새로운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사진)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저서 ‘사피엔스’의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의 도입부 일부다. 하라리의 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피엔스’ 출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서문을 하라리처럼 써 달라는 주문을 받아 인공지능(AI) ‘GPT-3’이 하라리의 책과 논문, 인터뷰, 온라인 글 등을 모아 작성한 글이다.



하라리는 AI의 글로 서문을 시작하면서 “마음이 복잡했다”고 한다. 우선 적어도 몇 년간은 GPT-3가 자신의 일자리를 뺏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안심이 된다”고 했다. 자신이라면 결코 쓰지 않았을 아이디어가 많이 포함됐고 납득하기 어렵거나 명백하게 우스꽝스러운 부분도 보였고 그 결과물은 지적인 잡탕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깜짝 놀랐고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AI 글 자체는 잡동사니들을 조합해 만든 잡탕이지만 수많은 글을 다 끌어 모은 뒤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사실을 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GPT-3’가 생산한 글이 가진 가장 놀라운 사실은 말이 된다는 점이다. 문장을 조합한 것이 아니며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띠고 있다. 나는 GPT-3의 일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글이 실제로 모종의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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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AI 변화의 속도가 자신을 놀라게 하고 또 불안하게 한다고 토로한다. GPT-3는 여전히 매우 원시적인 AI로 앞으로 인류가 훨씬 더 많은 것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0년이 지난 현재 인공지능 혁명이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모든 종류의 도구를 개발해 스스로 더 강해졌다. 도끼, 바퀴, 원자폭탄은 인류에게 새로운 힘이 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권자가 된 미래 사회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인류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과거 인간의 생존과 지구 지배의 원동력이었던 ‘인간 이해’와 ‘협력’이라고 말한다. 다가올 기술의 시대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먼저 이해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우리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적인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할 것인지, 그 틀을 결정할 힘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21세기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여 천국을 만들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선택에 달렸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들이 가진 잠재력을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피엔스’를 펴낸 아래 인류 역사에 많은 정보가 더해졌고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책에서 언급했던 요점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호모 사피엔스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모 사피엔스를 ‘이야기하는 동물’로 보는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마음과 그 마음이 만들어내서 믿고 있는 환상이다. 시인과 철학자와 역사가들의 과제이자 어느 때보다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호모 데우스’의 2022년 특별판에서도 저자는 책임과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2016년 ‘호모 데우스’를 출간할 때만 하더라도 인류는 역사상 가장 협력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한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고 기근·역병·전쟁 등은 불가피한 비극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문제로 봤다. “하지만 나는 그 시대가 이렇게 빨리 끝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이제 코로나19 팬더믹은 시작해 불과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질서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푸틴의 도박이 성공할 경우 세계 각지 독재자들의 정복 전쟁으로 새로운 전쟁·가난·질병의 시대가 오면서 인류가 생태 위기와 인공지능에 대처할 힘을 완전히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붕괴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재건할 수 있고, 우리가 창조하고 파괴하는 신과 같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최선일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할 시간이 있다. 나는 우리 인간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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