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 개미를 위한 나라는 없다

김성태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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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조 원.’



7월 2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시안정펀드는) 시장 상황이 향후 아주 안 좋아진다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지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코스피 2200선이 수차례 깨지는 상황인데 금융 당국은 18일까지도 증안펀드를 투입하지 않았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을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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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수장들은 공매도 금지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한 발언 강도에서도 차이를 보여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다소 신중한 태도다. 김 위원장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상황에서 ‘공매도를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좀 더 과감한 입장을 보인다. 이 원장은 11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에선 어떠한 시장 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들 간 입장도 통일되지 않은 모습에 업계와 투자자 모두 혼돈 상태다.

‘검토’를 위한 회의와 일관성 없는 메시지만 반복되는 와중에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공매도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 200 종목 공매도 비율은 11.0%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전인 2020년 2월 5일(11.6%) 이후 가장 높다. 또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금융위기 진단과 자본시장의 대응’ 정책 심포지엄에서 “일부 취약국들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 대외 부문, 자산 시장을 통한 국내 전이 효과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미 사용하거나 검토 중인 정책 수단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사용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미국 경제가 100%의 확률로 침체에 빠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개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의 지나친 신중함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로 연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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