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PF 막히자 '12~15% 브리지론' 돌려막기…"내년이 진짜 고비"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

◆이미 1조 넘게 부실화

사업초기 자금조달 위한 브리지론

금리發 부동산 꺾이자 '뇌관'으로

대구·경북·대전 등서 공매 잇따라

땅값 1000억 깎아도 인수자 없어

업계 "1년 만기연장 사업장 위기"


하나증권이 지난해 대구 동산동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에 200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주관을 맡았다. 대주단에는 캐피탈, 보험회사, 저축은행이 선순위로 참여했고 하나증권은 후순위로 들어갔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시행사 문제로 중단됐다. 대주단은 자금 회수를 위해 이 사업장을 공매에 넘겼지만 부동산 불경기여파로 8차례 유찰돼 아직도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저 입찰가(3390억 원) 보다 1000억 넘게 싸게 나왔지만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황금알을 낳던 PF 사업이 부메랑이 돼 증권사에 날아 들었다. 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PF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에 돌입한 것이 이유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PF부실은 ‘본PF’ 이전 초기 단계에 돈을 대는 ‘브릿지론’부터 불거지고 있다”며 “관련 채무보증과 자산 비중이 높은 증권사나 캐피털, PF대출펀드 중심의 운용사부터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꽉막힌 PF대출…12~15% 고금리 브릿지론으로 돌려 막아 =국내 증권사가 PF를 주선한 사업장 중 브릿지론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곳은 대부분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대구와 경북, 대전과 세종 등에 집중돼 있다. 시행사와 증권사 등 투자자들은 아파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개발을 위해 브릿지론을 일으켜 땅을 사서 인허가를 받은 후 본PF 대출을 일으킨다. 이후 분양을 통해 대출자금과 이익을 가져가는 식이다. 하지만 미분양이 나거나 투자금을 회수 못할 정도의 분양가가 예상되면 이익은 커녕 사업을 진행하기도 힘들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활황기에 PF 중에서도 특히 브릿지론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7% 전후의 수수료를 받고 브릿지론 뿐 아니라 보너스처럼 본PF까지 주선해 수십~수백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실제로 국내 대형 증권사 IB 부문 수익 대비 부동산 PF 관련 수익 비중은 67~87%에 달했다. 증권사의 유동화증권 중 브릿지론 비중 역시 2020년 상반기 14.6%에서 하반기 22.7%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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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개발 사업 자체가 진척이 되지 않자 브릿지론은 뇌관이 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중순위와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부실이 생길 경우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채무보증을 선 규모를 뜻하는 PF유동화증권 신용보강 금액은 올해 3분기 약 3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하면 약 56%, 지난해 3분기 대비 48% 급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은행, 제2금융권, 증권사 등에서 PF대출이 꽉막힌 상태"라며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6개월~1년짜리 브릿지론을 12~15% 이상 금리를 주고서라도 돌려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만기를 1년 연장한 사업장들이 내년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이라며 “부동산 본격 하락까지 겹치면 실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 PF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포항·세종·대전…공매 잇따라 넘어가고 증권사는 자체자금 투입 =브릿지론 단계 뿐 아니라 실제로 본PF를 받은 사업장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한 화성 장안지구 사업이 대표적이다. ‘화성 반도유보라 아이비시티’라는 이름으로 대지면적 8만5847㎡에 14동 총 1595가구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분양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이 발생, 하나자산신탁이 6월 공매를 진행했다. 한투는 총 3300억 원 한도 PF 약정을 주관했다. 공매 최저 입찰 금액이 1470억 원이지만 4차례 유찰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막바지 개발 사업장에서는 롤오버가 안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그나마 입지가 우수하거나 은행 등이 매입확약을 했거나 건설사가 자금을 보충한 곳이다. NH농협의 KT 강북본부 복합개발사업 PF는 자산담보부어음(ABCP) 1005억 원을 롤오버를 하지 못하고 자체 자금을 넣었다.

금융당국 역시 현재 주요 증권사의 브릿지론을 포함 부동산PF의 부실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현재 상황을 커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매일 모니터링 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실제로 채무보증 이행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증권사가 다른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동원할 수 도 있어서 외형적으로는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 상황은 아직 아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부실이 생기는지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강도원 기자·김민경 기자·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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