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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ABCP 금리 3배 껑충…레고랜드發 채권시장 패닉

■ 채권금리 천정부지…자금난 기업들 줄도산 우려

증권사 '레고랜드 ABCP' 물려

캐피탈 CP 금리도 7.5%로 2배↑

국공채 대거 처분 고객 돈 조달

투자는 없고 매도 물량만 쏟아져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시장의 생명인 신용이 붕괴되자 추가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잇따라 채권 금리는 치솟고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강원도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이 레고랜드를 건설하며 발행한 ABCP가 최종 부도 처리된 후 ABCP금리는 물론 회사채와 기업어음(CP)금리까지 치솟은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오케이캐피탈의 CP금리는 전날 7.51%에 거래돼 전년 말 발행금리(3.2%)보다 2배 넘게 올랐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 달 만기 CP를 5.7%에 발행했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말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한 2050억 원의 레고랜드 ABCP가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국회정무위원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레고랜드 ABCP는 신한투자증권(550억 원), IBK투자증권(250억 원), 대신·미래에셋·삼성증권(016360)(각각 200억 원), NH투자·한국투자·DB투자증권(각각 150억 원), 유안타·KB증권(각각 50억 원)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100억 원)이 편입해 법인 고객들에 넘겼다. 개인투자자는 없지만 증권사 고유 계정 편입분도 없어 ABCP 관련 피해는 고스란히 증권사 고객들이 떠안게 됐다.

레고랜드 ABCP 투자 현황이 이날 처음 공개되면서 법인 고객들의 환매 요구는 한층 거세졌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고객 돈을 돌려주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국공채를 대거 매도했다. 그간 수익률을 방어하던 국공채마저 팔면서 투자 계정의 손실이 커지자 이들 증권사는 투자해놓은 회사채도 매각했고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자 불안감이 커진 다른 채권 펀드들도 매도에 나섰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는 없고 매도 물량만 계속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CP 등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조달 리스크가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자금시장 냉각 상태는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채무불이행에 회사채·CP 연쇄 마비…기업 자금줄 끊긴다


시중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공포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한겨울을 맞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지만 지난달만 해도 PF 유동화증권 중 하나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4%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2주 만에 ABCP금리가 8~10%대에서 거래되면서 신용 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레고랜드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치솟게 하며 채권시장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다.

지자체가 지급보증 약속한 ABCP 1조3000억



강원도 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ABCP가 이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된 후 지자체와 연계된 대출채권의 신용등급은 줄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 레고랜드처럼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에 지자체들이 지급보증을 약속하며 발행된 ABCP 규모는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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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대출채권 매입 확약을 맺어 신용을 보강해준 ABCP는 강원도 춘천시가 봉명테크로밸리를 개발하며 205억 원, 충북 충주시가 드림파크 개발에 570억 원, 경남 진주시가 뿌리산업과 관련된 산업단지 개발에 800억 원, 경북 경산시가 지식산업단지 개발에 1850억 원 등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다. 만기는 보통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설정됐다.



강원도가 이날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레고랜드 PF ABCP 2050억 원에 대해 다음 달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갚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한번 깨진 신용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악화된 지방의 개발 사업들은 신규 대출뿐 아니라 채권의 차환 발행마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경우 신용평가사들은 지자체 보증 ABCP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당 사업은 자금 조달의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PF 사태로 인해 유동화증권 관련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며 “투자자가 없어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고랜드 ABCP 2050억 원은 신한·IBK투자증권과 대신·미래에셋·삼성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이 편입해 법인 고객들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지자체들이 지급보증한 ABCP 대다수 역시 증권사들이 인수해 법인 및 개인 고객들을 중심으로 팔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나 유동화증권은 최근 금리를 15%로 제시해도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려는 투자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P금리 13년만에 4% 돌파


레고랜드발 디폴트 사태는 이미 얼어붙은 회사채·CP 시장까지 마비시켰다.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는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9일 5.574%로 급등했다. 시장의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 스프레드(3년물 국고채와 AA- 회사채 간 금리 차이)는 2010년 1월 중순 이후 최대인 1.23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회사채 거래를 자문하는 한 로펌 변호사는 “8월부터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어 일찌감치 거래가 뜸한 상황이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우량 기업들도 미매각과 신용등급 하락 등을 우려해 은행 대출 등에 목을 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 2326억 원(18일 기준)으로 6월(7조 8692억 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대표적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금리(A1등급, 91일물 기준) 역시 이날 4.02%로 2009년 1월 28일 이후 13년 만에 4%를 다시 넘어섰다.

PF채권 신용 '줄강등' 비상…리츠株는 신저가 속출


레고랜드 사태는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의 주가도 흔들고 있다. 롯데리츠는 이날 85원(2.08%) 내린 401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장중에는 3995원까지 떨어지면서 2019년 10월 코스피 상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도 2.14% 하락한 4120원으로 마감해 2020년 8월 코스닥 입성 이후 최저가(종가 기준)를 나타냈다.

NH올원리츠(-3.75%), ESR켄달스퀘어리츠(-3.63%), 이지스레지던스리츠(-1.90%), 이리츠코크렙(-2.36%) 등 다른 리츠 역시 52주 신저가를 일제히 경신했다. 국내 유일의 상장 공모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마저 250원(2.19%) 하락한 1만 1150원으로 장을 마쳐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김민경 기자·심우일 기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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