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 두 강대국의 통화 가치가 추락하며 인접 국가 통화의 동반 약세를 이끌어 외국 투자 자금의 아시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추풍낙엽처럼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7일까지 29.5%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49엔까지 상승해 3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로 사야 하는 원유·원자재·곡물을 수입하느라 일본의 무역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중국은 1분기에 4.8% 성장했지만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2분기에 0.4% 성장에 그쳐 올해 목표로 했던 5.5%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분양 급증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중 20%는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가치도 올 들어 달러 대비 11.6% 하락했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1달러=150엔 등 특정 지지선이 뚫리면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같은 규모의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밧화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채권을 대량 회수하면서 아시아 외환 위기가 촉발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외환보유액 등의 지표를 들어 “외환 위기 때처럼 단기간에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 직전처럼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원화 약세 전망, 1900조 원 규모의 가계 부채, 집값 하락에 따른 부동산 대출 부실 가능성,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외국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재정 건전성 강화, 경상수지 흑자 유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전방위 방파제를 튼튼히 쌓아야 할 때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기술 초격차 확보와 노동·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