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인구위기, 기업이 나설 때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의 국격이 말할 수 없이 높아졌다. 노래와 드라마·영화·음식은 물론이고 한글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첨단으로 바뀌었다.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자신들의 미래란다. 편리한 교통, 의료시스템, 치안, 초고속 인터넷, 깨끗한 거리, 친절하고 질서를 지키는 국민, 첨단 제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분야에서 모두 자신들 나라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문화에 대해 비슷한 것을 느꼈다. 이유는 이들이 잘 살았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문화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한국이 잘살게 되면서다. 누가 이것을 이끌었을까? 한국인 모두가 여기에 헌신했지만 가장 큰 공은 기업에게 있다. 이들이 있어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고 헐벗은 나라가 선진국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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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기업들에게 또 다른 역사적 소명이 생겼다. 인구위기 극복에 나설 때가 되었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대졸자 고학력 여성들의 출산율이 2002년 2.21명에서 2015년에는 1.66명으로 줄어들다 2021년 처음으로 전년 보다 높은 1.74명으로 19년 만에 반등했다는 것이다.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기업의 기여가 매우 컸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이토츠 상사가 한 예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해외 근무와 빈번한 야근으로 고급여성 인재의 이탈이 심각해지면서다. 여러 제도를 시도하다 2013년 ‘아침형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의 야근을 금하고 잔무를 아침 5시부터 8시에 집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새벽 근무 시에는 할증 수당도 지급했다. 이렇게 되자 이토추상사의 여성 인력 이탈문제가 해결됐다. 그런데 이 제도는 또 다른 효과를 가져왔다. 여성 근로자들의 가정생활이 충실해지면서 나타난 것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직원들은 새벽 근무 덕분에 회사 출근 후 오후 3~6시 사이 퇴근할 수 있었다. 이러자 저녁이 있는 삶이 마련됐다. 이것이 출산에 큰 도움을 주었다. 2010년 0.94명이었던 이 회사의 여성 출산율이 2021년 1.97명이 됐다.

한국의 기업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국격 향상에 큰 공을 세웠다. 이제 인구문제 해결에서도 그 저력을 보여 줄 차례다. 왜 이걸 기업이 떠맡아야 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도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가 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이 기업에게 저녁 시간을 헌납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기업이 국민에게 저녁 시간을 돌려줘 또 다른 기적을 만들 때다. 기업들이 인구문제를 먼 산 바라보듯 해서는 기업도 국가도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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